[문화센터엔 어떤 일이...] 月1만원만 내면 영어 재미 솔솔..현명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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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게 너무 재미있어요"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사는 현명선(59)씨는 종로구 세종문화복지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영어 강좌를 3년째 듣고 있다.
어릴 적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현 씨는 언제나 공부에 목말라했다.
특히 지난 97년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져 한 봉제공장에서 일하게되면서 영어 만큼은 꼭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함께 일한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산더미 같이 많았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후 현씨는 영어학원 등을 알아봤지만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매번 포기하고 말았다.
이 무렵 동사무소에서 문화복지센터를 홍보하는 것을 보고 망설임 없이 강좌를 신청했다.
"한달에 1만원이면 정말 싼 편이잖아요.
게다가 선생님도 정말 열심히 강의해 주시고요.
다른 주부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 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현 씨는 두 아들의 도움을 받아 알파벳부터 다시 배웠다.
부업으로 하고 있는 한복 바느질을 하면서도 영어 테이프를 틀어놓는다.
숙제도 빼먹는 법이 없다.
덕분에 이제 외국인을 만나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현 씨는 전했다.
"옛날엔 외국인이 보이기만 하면 피했는데 요즘은 지하철에서 외국인들이 지도를 보고 있으면 먼저 말을 걸어요.
어딜 가야 한다고 말하면 내릴 곳을 알져주지요.
물론 아직도 많이 서툴지만 외국인과 말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현 씨가 도전하는 어학은 영어 뿐이 아니다.
지난해엔 일본어도 조금 배웠고 현재는 망원동 문화복지센터에서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 한문을 배웠던 것이 많이 도움이 돼 영어보다 좀더 쉽게 이해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제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니 남편과 아이들도 제 의견을 언제나 존중해줘요.
모든 일에 겁먹는 법도 없어졌어요.
일흔이 되고 팔순이 될 때까지 계속 공부할 생각이에요"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