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왜 강한가] (12) '정보관리' .. 경쟁사.시장동향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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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일본에 가면 일본본사 사장과 임원들이 바짝 긴장한다.이 회장은 외부인사와 만찬이 없는 날이면 밤 12시,1시까지 회의를 한다.일본내 우리와 비슷한 업종이나 회사들 동향을 보고 받는 것이다.새로 나온 신상품의 팸플릿,주요 기업들의 경영진 기자회견,새로 도입한 제도,경영일반현황,히트상품 등을 보고 받고 토론한다.서울에서 불려가는 임원들도 지쳐서 돌아오곤 한다"(삼성 구조조정본부 고위관계자)
삼성은 어느 기업보다 정보가 빠르고 정확하다는 평을 듣는다.
실제 기업문화와 업무프로세스의 중심에는 정보마인드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인맥관리 시스템구축 IT(정보기술)투자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가리지 않고 정보수집에 필요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LCD(액정표시장치),휴대전화 등 대규모 이익을 내는 유망업종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노력의 결과다.
미국의 IT업체 애질런트테크놀로지의 네드 반홀트 회장은 삼성전자의 경쟁력중 하나로 '절묘한 투자타이밍'을 꼽았다.
시장과 경쟁업체를 둘러싼 수많은 정보를 분석하는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계열사들은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문화부터가 여느 기업과 다르다.직원들은 신입사원시절부터 보고들은 모든 정보를 정리하고 보고하는 일이 몸에 배어 있다.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다른 사업부문이나 계열사와 관련한 얘기를 듣는 경우에도 반드시 관련자에게 알려주는 게 불문율처럼 돼 있다"(이순동 구조본 부사장)
학습하는 문화도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해외언론의 보도나 주요 보고서 등 경영자가 알아야 할 정보를 정리해 제공한다.
이 회장이 추천한 '벼랑 끝에 선 호랑이-장쩌민과 중국의 뉴 엘리트' 같은 필독서들도 요약해 배포한다.
전자에는 바이오테크연구회 등 자발적인 연구동호회가 1백10여개나 구성돼 있다.
지식·정보 마인드는 이 회장을 비롯한 CEO(최고경영자)에서부터 단단하게 구축돼 있다.
이 회장은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국내 신문 스크랩은 물론 주간지 월간지 해외언론 스크랩을 꼼꼼하게 읽는다.
국내외 저명인사들을 만나는 것 외에도 일본 기업의 기술고문과 NHK방송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경영자들에게도 해외시장동향을 파악하고 일류기업을 벤치마킹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독려한다.
윤종용 부회장은 지난 한햇동안 1백5일을 해외출장으로 보냈다.
특히 일본업체 경영진과 교분이 돈독하다.
지난달말 일본출장 때에는 2주일동안 18개 기업의 대표들을 만났다.
똑같이 MIT 스탠퍼드를 거친 진대제 사장과 황창규 사장은 각각 HP IBM 인텔 등에 근무하면서 구축한 미국의 인맥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삼성전자에서 각종 경영정보와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분석하는 중추는 단위별로 구축된 경영기획팀이다.
본사의 경영기획팀은 윤 부회장의 경영판단을 지원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반도체 정보통신 등 4대 총괄과 총괄 산하의 사업부별로 각각 경영기획팀이 운영되며 이들은 종횡으로 정보를 교환한다.
본사 경영기획팀내 기획조사그룹이 관리하는 정보원은 전세계에 모두 6백개.
각국의 신문을 비롯 전문잡지,컨설팅회사,각국 정부,개인적으로 구축한 인맥네트워크가 포함된다.
세계경기동향을 좌우하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통신정책을 입안하는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일본의 우정성 등은 특히 주목의 대상이다.
삼성은 이들 정보원으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거르고 분석한뒤 매주 수요일 정보회의를 열어 최종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4백명의 임원들에게 배포한다.
최근엔 미국에서 열린 방송기자재전시회(NAB)에 참가한 업체들의 동향이 주목거리였다.
요즘은 정보판단과 기획·전략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지금은 전자산업의 가치관과 전략이 변화하는 패러다임 전환기다.얼마나 빠른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느냐가 관건이다.현상의 본질을 꿰뚫어야 변화를 주도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법인 지점 사무소를 포함해 1백40개에 달하는 해외네트워크도 중요한 정보망이다.
지난해 중국 CDMA이동통신장비 입찰수주전에서 해외네트워크가 진가를 발휘했다.
중국정부는 입찰개시 전부터 대부분의 물량을 모토로라 루슨트 등 미국업체에 배분하겠다고 공공연히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93년부터 중국에서 근무한 배승한 상무보 등이 중국내 인맥과 중국사업의 경험을 통해 예상 구매가격 정보를 입수함으로써 전세를 역전시켰다.
"메모리부문의 경우 통신 가전등 다른 사업부의 해외네트워크 정보가 메모리 수급과 시황을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황창규 메모리부문 사장)
구조본의 정보팀과 기획팀,계열사의 대외협력단으로 이어지는 정보채널에서는 각종ㅓ?및 입법관련 정보를 수집한다.
정보관리는 IT인프라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
삼성은 지난 91년 그룹차원에서 사내공지 및 전자우편시스템을 구축하는등 국내업체에 비해 2∼3년씩 앞서갔다.
95년부터 현재처럼 메일 및 결재기능을 가진 '싱글'과 경영정보등 각종 정보를 공유하고 커뮤니티구성을 지원하는 '토픽'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싱글과 토픽은 각 계열사 직원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 업무를 처리하는 핵심적인 통로역할을 하고 있다.
싱글의 경우 가입자들을 9등급으로 분류,각각 알맞은 뉴스와 게시판 등 맞춤정보를 제공한다.
해외출장을 가는 경우 싱글에 접속해 일정과 목적지만 입력하면 출장자의 직위에 맞게 호텔 및 항공편 예약,비자 등을 일괄적으로 자동 처리해준다.
출장비는 현지 화폐로 바꿔 계좌로 자동 송금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 해외법인을 포함하는 ERP(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 구축을 완료,내부경영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사각지대의 경영정보가 투명하게 드러나면서 문제를 즉각 처리하고 업무프로세스도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이광성 상무(CIO.최고정보책임자)는 말했다.
SCM(공급망관리시스템),CRM(고객관계관리시스템),PDM(제품개발관리시스템)등도 마무리 단계다.
◇특별취재팀=이봉구 산업담당부국장(팀장),강현철,이익원,조주현,김성택,이심기,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