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슈퍼파워' 미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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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로마 만큼 다른 나라에 대해 강한 권력을 휘두른 나라는 없었다.
그런 로마도 멸망했다.
단지 10여년 전만 해도 미국은 쇠퇴하고 있다는 게 상식이었다.
미국이 몰락하고 일본이 조만간 제1의 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묘사한 책들이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같은 견해는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미국은 난공불락이라는 최근의 상식도 미국이 일방적이고 거만하며 편협한 외교정책을 편다면 깨질 가능성이 크다.
역사적으로 특정국의 주도권을 견제하기 위해 국가간 연합이 등장하곤 했다.
일부는 중국을 미국의 새로운 적으로 간주한다.
러시아 중국 인도의 동맹을 미국의 위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2% 성장에 머무는 동안 중국이 6%의 고성장을 지속하더라도 금세기가 끝날 때까지는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간의 권력간 불균형은 꽤 커 보인다.
군사력에 있어 미국은 전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겸비한 유일한 국가다.
경제력의 경우 미국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31%를 점유하고 있다.
이는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2위에서 5위까지 경제대국의 제품 점유율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에 대한 도전은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을 강대국으로 이끈 정보기술 혁명과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국가로도 확산되면서 미국의 상대적인 우월성을 소멸시킬 것이다.
일례로 10∼20년 후에는 중국어가 인터넷의 주요 언어로 등극할 전망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아시아의 사이버공동체가 미국의 그것을 훨씬 능가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기술 혁명으로 다국적 기업과 테러리스트와 같은 비정부 단체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국경을 초월해 많은 사람들을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그 자신의 권력을 갖게 된다.
정보기술 혁명과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미국이 혼자서는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도록 한다.
일례로 국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선 미국의 번영이 필수적이지만 다른 나라와의 협력이 뒤따라야 한다.
일부 미국인들은 세계 각지에 배치한 군사를 철수하는 등 고립주의를 통해 테러 등의 도전에 대한 취약함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와 문화가 전세계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교정책을 약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 협력해 비정부기관 단체를 보다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로마는 새로운 제국의 부상으로 멸망한 게 아니라 내부의 부패와 수많은 야만인 집단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곪아서 쓰러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더욱이 갈수록 야만인 집단을 배제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 세기에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은 국가차원의 권력을 장악해 악행을 일삼았지만 이제는 기술혁명 등에 힘입어 소규모 단체와 개인도 손쉽게 자신들의 적에게 대규모 피해를 입힐 수 있게 됐다.
미국이 21세기에도 초강대국으로 남아있으려면 우선 미국의 경제와 사회가 계속해서 강하고 부패하지 않아야 한다.
동시에 일방적인 권력 행사를 해도 안되고 미국의 이익을 전세계의 이익에 부합시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정리=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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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존 F 케네디스쿨 학장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기고한 'The new Rome meets the new barbarian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