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골프장] (기고) '늘어가는 名門...깊어지는 소외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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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분 <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
고기 음식을 먹어도 편치 않은 마음이 있다.
회원과 동반하지 않으면 평일에도 출입이 되지 않는다는 골프장에 가 보게 되었다.
내장객이 제한돼 있으니 번잡함이 없었고 직원들의 얼굴에는 싱그러운 미소가 피어났다.
휘황찬란한 시설에 티오프 간격도 어찌나 긴지 18홀 내내 앞팀을 만나보기 힘들었다.
모두가 꿈꾸는 그런 이상적인 골프장이었다.
하지만 웬일일까?
텅 빈 홀들을 바라보며 라운드 내내 허전하고 마음이 아리기까지 했다.
가족 생각에 잔칫집 고기를 넘기지 못하는 흥부 마음이 이러했을까.
퍼블릭에서 두세 시간 줄서서 기다리던 모습이 생각났고, 그 시각에도 부킹 하나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발을 동동 굴리고 있을 골퍼들 생각도 났다.
그게 바로 나의 모습이고, 대부분 골퍼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요즘 골프장은 앞다투어 '명문'을 표방하며 고급스러워진다.
하지만 왠지 고급 카펫을 깐 휘황찬란한 클럽하우스에 들어서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조만간 그린피를 엄청 올릴 신호' 혹은 '회원이나 일정 자격의 골퍼 외에는 들어올 수 없는 곳의 신호'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골프장의 겉모습은 이미 충분히 명문이다.
남은 건 '속내'도 명문으로 만드는 일이 아닐까 한다.
얼마 전에 간 골프장은 '깍듯한 서비스' 그 자체였다.
어디를 가든 마주치는 직원마다 45도의 인사를 했고 캐디는 클럽을 건넬 때도 양손으로 공손히, 모든 행동이 너무도 조심스러웠다.
너무 친절하려다 보니 얼어있고 경직된 모습이었다.
라운드하는 18홀 동안 사람이 아닌, 마네킹 캐디와 돌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속내가 명문이라는 것, '절대 친절'만은 아닐 것이다.
엉뚱한 곳으로 볼을 보내는 나를 향해 호령도 하고, 귀신처럼 그린도 읽어주며, 예스와 노를 분명히 해 주는 씩씩한 전문가가 있는 곳 그리고 인간적인 친절이기를 바란다.
한 클럽하우스 앞에서 옷 가방을 분실하고 쩔쩔매는 골퍼에게 선뜻 운동복을 내어 주었다는 한 골프장의 일화가 떠오른다.
옷을 잃은 손님에게 기꺼이 옷을 내어 줄 수 있을 만큼의 인간적임, 싸간 김밥 도시락을 눈치보지 않으며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여유...
캐디도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흡연실을 만들어 준 파격적인 골프장, 하루종일 혼자만의 공간을 그리워했을 캐디를 위해 기숙사를 독방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또 다른 골프장...
손님은 물론 직원을 위한 인간적인 배려까지 묻어나는 곳, 그곳이야말로 진정한 명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점점 명문의 의미가 한정되어가는 듯해 안타깝다.
명문이란 잘 꾸며진 클럽하우스에 제한된 사람만을 받는 '그들만의 성(城)'은 아닐텐데...
오늘도 골프장이 없어 마음만 태우고 있을 나와 같은 골퍼들이 많다.
성(城)이 늘어날수록 그들의 소외감은 점점 더 깊어만 갈텐데 말이다.
< moon@golfsk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