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기업결합 신고제도를 사후신고에서 사전신고제로 전환하는 등 기업결합에 대한 감시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주목된다. 경제의 디지털.글로벌화에 따라 금융,정보통신 등 네트워크 산업에 있어 필수설비를 활용한 경쟁제한 행위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유통망.브랜드 파워.자금력 등을 활용한 독과점력 확대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등 급변하고 있는 시장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다. ◇ 기업결합 신고제도의 내용 =공정거래법에서는 주식취득.기업합병.영업양수.임원겸임.회사설립 등 5가지 유형의 기업결합에 대해 공정위에 사후 신고토록 하고 있다. 사후 신고를 받은 공정위는 경쟁제한성 여부를 따져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2000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의 주식취득을 통한 기업결합 신고를 했을 때 시장점유율 규제, 계열 단말기 제조업체인 SK텔레텍에 대한 생산량 제한 등의 조건을 붙여 신고수리를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결합은 결합유형에 따라 수직결합, 수평결합, 혼합결합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구조조정을 위한 전후방산업간 통합, 사업부문 분사가 대표적인 수직결합이다. 수평결합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동종기업과의 결합, 타업종 진출을 위한 이종기업과의 결합 등을 말한다. 혼합결합은 수평, 수직적 결합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으로 대부분의 기업결합(2001년 총기업결합 건수의 75.6%)이 여기에 해당된다. ◇ 최근의 기업결합 특징 =공정위 집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던 기업결합은 지난해에는 다소 주춤해져 2000년 7백3건에서 6백44건으로 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 겸임의 대폭적인 증가(70.3%)에도 불구하고 회사설립(△45.3%), 영업양수(△26.3%)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주된 이유다. 주식취득은 지난해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기업결합 형태(총 건수의 36.4%)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결합 유형별로 보면 혼합결합이 크게 감소한(△16.5%) 반면 수직결합의 건수 및 비중은 대폭 증가했다. 이는 기업결합을 비관련 사업분야에 진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30대 기업집단의 기업분할 움직임이다. 이들은 전문성.경쟁력 강화(코오롱, 한화), 지주회사 체제전환(LG화학 및 전자), 부실정리(고합, 동국제강) 등을 위해 기업분할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기업역량을 핵심분야로 집중하고, 투명경영 체제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 사전신고제 문제는 없나 =기업분할 명령권이 없는 공정위에서는 아무리 독과점력을 확대하는 기업결합이라도 이를 사후적으로 시정하는데 한계가 있어 사전신고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사전신고제로 전환할 경우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기업의 특급비밀이라 할 수 있는 기업결합 추진사실이 사전에 알려져 협상자체가 깨지는 경우가 빈발할 것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외국기업의 경우 주주권 침해 등을 이유로 철저한 보안유지를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에서 그럴 가능성이 더욱 크다. 아울러 사전신고제로 전환할 경우 기업결합이 위축돼 시장의 역동성을 현저히 저하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특히 최근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기업결합 또는 분할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긍정적인 변화'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사전신고제로 전환하기보다는 사후신고제를 유지하되 '디지털.글로벌.네트워크화' 등 시장상황의 변화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는 기업결합 유형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엄격히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한경종합연구소장.경제학 박사 kghw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