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노무현(盧武鉉) 이인제(李仁濟) 정동영(鄭東泳) 후보는 4일 오후 문화방송 주최 공개토론회에서 이념과 언론관, 재벌정책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이념공방에 시달리던 노 후보는 "이 후보도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며 반격을 시도했고 이 후보는 '주요 언론사 국유화' 발언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졌다. ◇이념공방 노 후보는 "이 후보는 지난 89년 국회 공청회에서 당시 통일민주당을 대표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일반 형법으로 보완하거나 대체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나와 같은 주장을 했으면서 왜 나만을 문제 삼느냐"고 공세를 폈다. 이에 이 후보는 "노 후보는 전면폐지를 주장한 반면 나는 형법 보완 및 대체입법을 함께 주장했다"며 "중요한 문제를 주장할 때는 단서를 내놓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가 "나도 같은 주장을 했다"고 강조하자 정 후보가 나서 "한쪽은 비현실적이고, 한쪽은 비개혁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다"며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한 뒤 "실현가능하고 단계적인 '이정표식 폐지'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 후보는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국가란 정통성을 부정하는지,통일이후 체제가 무엇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밝히라"라고 노 후보를 추궁했다. 노 후보는 "판사, 장관한 사람에게 유일 합법정부란 것을 인정하라니 너무 유치하다"며 "통일이후 체제는 7.4 남북공동성명 등에서 쌍방의 이념을 초월하고 상호인정하기로 했고 또 이를 명확히 할 경우 북한에게 흡수통일 위협을 줄 수 있는만큼모호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관 논쟁 이 후보는 "한 기자가 나에게 '노 후보가 기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주요언론 국유화를 주장했다'고 전해와 공보특보에게 알아보라고 했더니 그 자리에 참석했던 5명 모두 같은 말을 했다"며 노 후보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노 후보는 "그 발언이 어느정도 상식에 맞지 않으면 누가 들은 사람이 있다고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적인 사람이겠느냐"면서 "언론 국유화는 머릿속에담아본 적도 없는 만큼 말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노 후보는 또 "언론사주 지분제한에 대해 말한 적이 있는데 이를 탐탁치 않게생각한 몇몇 신문이 나에게 집요하게 물어보다 경선와중에 이를 터뜨려 나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당 차원의 조사도 필요하지만 노 후보가 우리측 공보특보를 고발하면 수사가 시작될 것이고 자료도 다 제출할 것"이라며 확전을 시도했지만 노 후보는"고발하려면 수십건이나 돼 일일이 고발할 수도 없고 이 문제는 여러가지로 깊이 검토하겠다"고만 밝혔다. 정 후보는 "독재정부든, 민주정부든 언론에 대해 정부나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안되며 사실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대북지원 정 후보는 "인도적 지원은 조건없이 해야 하며 경제논리로 이해해선 안된다"고했으나 이 후보는 "규모를 정해놓고 무조건 지원해선 안된다"면서 "언제까지 세금으로 지원할 수 없으며 원칙이 있어야 한다"고 반론했다. ◇양심적 병역기피 노 후보는 "양심적 병역기피로 1만여명이 실형을 받았다"면서 "신중한 과정을 거쳐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정 후보는 "소수의 인권과 양심은 보호돼야 하나 병역기피자에 대한 특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했다. ◇재벌주식 노 후보는 "88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재벌을 해체한 뒤 정부가 매수해 노동자에게 분배하자고 한 발언은 국가권력이 재벌을 해체해 특정재벌에게 특혜를 준 것을문제삼은 것으로 정경유착을 공격한 발언"이라며 "정부가 재벌의 주식을 빼앗아 노동자에게 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기업의 주식과 토지를 매수해 노동자에게 준다면 누가 기업을 경영하려 하겠느냐"면서 "국회의원이면 몰라도 대통령이 할 생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노사정위 노 후보는 "기능과 역할을 확대해야 하며 필요하면 대통령이 주재하는 방식이돼야 한다"고 위상 강화를 주장했고, 정 후보는 "주5일 근무제 같은 큰 틀의 문제를다뤄야 하지만 노사자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서로의 이해관계를 푸는 것은 가능하나 노동문제와 관련한규범과 틀은 이해당사자가 아닌 다른 차원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기능 재조정을주장했다. ◇후보검증 이 후보는 "대선후보는 향후 8개월간 자질과 비밀, 생각과 노선에 대해 철저한검증을 받아야 하며 상대당 후보에게 정책역량, 비전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승리할수 있는데도 경선과정에서 검증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보혁구도 필패론'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반면 정 후보는 "국민참여경선을 거치면 누구나 다 이길 수 있다"며 "한나라당이회창 총재가 우리당을 향해 '좌파ㅁ?연장'이라고 주장하게 된 빌미를 이 후보가제공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노 후보는 "나도 검증받을 만큼 받았다"면서 "장인이 좌익활동을 한 것으로 인해 '결혼신고를 하지 말라', '판사가 되기 어렵다'는 권유가 있었으나 아내를 사랑해 결혼했다"면서 "이 문제를 거론해 검증받으라면 아내가 얼마나 슬퍼하겠느냐"고'색깔론'임을 부각시키려 했다. 노 후보는 특히 "연좌제는 없어져야 한다"면서 "이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가"라고 격앙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내가 제기한 것이 아니라 신문에 난 기사를 다른 언론이보도한 것"이라며 "나 역시 연좌제엔 반대한다"고 응수했다. ◇타후보 장점 정 후보는 "이 후보는 대단한 뚝심과 추진력을 갖췄으며 노 후보는 원칙과 소신,고집을 지켜왔다"고 평가했고, 노 후보는 "이 후보의 야심과 도전정신, 추진력을 나도 가져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며 정 후보는 개혁적이고 명석하고 미남"이라고 추켜세웠다. 이 후보도 "낙선하고도 굴하지 않은 노 후보의 불굴의 용기와 열정을 높이 평가하며 정 후보는 새로운 감각과 비전, 도전정신을 갖췄다"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추승호 이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