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밝힌 경기인식과 금리정책은 '좀더 두고 보되 필요시 언제든 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박 총재는 거시정책 기조를 '부양'에서 '중립'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는 콜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정부에는 균형재정으로의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이다. 이같은 정책 선회에는 실물경제가 견조한 회복세인 가운데 주가 부동산 등에서 부분 마찰적인 과열현상이 엿보이고 하반기에는 물가상승 압력도 거세질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이런 경기과열 논란 속에서도 박 총재는 금리인상 카드를 보류했다. 박 총재는 지난 2년간 심각한 불황에 시달려 상당한 '부력(浮力)'이 필요한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부력이란 경기를 일정수준으로 띄우는데 필요한 '최소 필요추진력'이다. 박 총재는 "금통위 발표문에서 (향후 금리인상의)시그널을 준 것은 시장에서 미리 대비하라는 의미"라고 스스로 설명했다. 가계대출 가수요,부동산·주식 단기급등 등 저금리 부작용을 주시하고 있으며 경제주체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겠다는 계산이다. 한은은 박 총재의 지시에 따라 가계대출이 늘어난 은행에 대해 싼 이자의 총액한도 대출을 일시 중단하거나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다음은 박 총재와의 일문일답. ―경기 속도에 대해. "전체적으로 국민들의 기대보다 더 빠른 속도로 회복되며 저금리 부작용을 주목하고 있다. 가계가 은행돈을 빌려 아파트나 주식을 사면 경제 안정기조를 훼손할 수도 있다" ―유가상승 등으로 물가 압력이 예상되는데. "상반기는 3%이내로 예상돼 크게 걱정 안한다. 하반기엔 경기회복으로 수요압력이 커져 3%선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금리를 당장 올려야 하지 않나. "전체 경제수준이 과열된 것은 아니다. 부분적인 마찰요인이 있다. 금리 인상요인과 동결요인이 공존하는데 경기를 어느 수준까진 띄워놓고 대응해야 한다" ―이번 금통위에선 '신축적'이란 용어가 빠졌는데. "신축적이란 용어는 쓰고 싶지 않다. 아직 경기 부력(지속적인 경기회복)이 확인되지 않아 중립적인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중립'의 의미는. "한은이 금리정책으로 경기의 발목을 잡지도 않고 경기촉진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부도 균형재정이 필요하다. 기업이나 투자자들은 금리상승에 미리 대비하라는 뜻도 있다" ―과열된 부동산시장이나 가계대출에 대한 대책은. "금리정책으로 해결하진 않겠다. 경기회복이란 큰 목표가 다칠 수 있다. 조세 등 미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가계대출을 축소하고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올해 성장전망은. "잠재성장률(5∼6%)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오형규·유영석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