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소장 > 일부에서 경기과열을 우려하고 있다. 경기부진을 채 떨치기도 전에 과열걱정이 나오고 있으니 냄비경제라고는 하지만 좀 지나친 느낌이다. 지금의 실물경제 추세는 경기회복기의 전형적인 양태이다. 내수 회복세는 소비와 건설부문의 강한 증가세가 주도하고 있다. 가계심리지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소비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설비투자와 수출은 아직까지 뒤쳐져 있다. 전자 부문은 최근 약한 반등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얼마전 발표된 산업자원부의 금년 주요 자본재 산업의 투자전망에 따르면 아직까지 큰 폭의 증가세를 기대하긴 어렵다. 수출도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고는하나 금년 2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지속중이다. 외환위기 이후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머물고 있다. 일부 논객은 작년 추세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이는 제비 비슷한 새 한 마리보고 봄이 왔다고 단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수 체질개선은 수출이 줄어서가 아니라 국내소비와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비가 국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선을 넘은 게 최근의 일이다. 내수주도형 경제구조의 대표격인 미국은 소비의 비중이 70% 정도에 달한다. 이런 큰 변화는 단기간에 나타나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몇몇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미국 올 1.4분기 성장률 전망을 5~6%로 상향조정한 것을 지적하며 한국의 과열 가능성을 연결시키고 있다. 이 또한 논리적 비약이다. 미국의 올 1.4분기 성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소비나 투자의 급등 때문이 아니라 미국기업들이 생산을 늘림에 따라 그동안 감축해오던 재고가 빠른 증가세로 반전했기 때문에 나오는 예측이다. 아직까지도 수출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 수출회복이 본격화되면 투자도 활성화될 것이기 때문에 총수요 증가세가 빨라지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황을 종합해 보건대 아직은 경기과열을 우려할 시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