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삼애인더스가 발행한 해외 전환사채(CB)를 매입해주는 대가로 정현준(구속 수감중)씨의 한국디지탈라인(KDL) 해외CB를 이용호씨에게 고가에 매도한 사건이 논란이 되고있다. 그동안 산은을 둘러싼 여러 `구설수'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내용면에서 `문제삼을' 대목이 많다는게 주변의 시각이다. 무엇보다도 부도가 난 회사의 CB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팔아넘긴 행위가 국책은행인 산은이 해야할 일이냐는 질책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 듯 11일 이 사건을 공개하면서 `문책'을거론하고 나서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산은측은 12일 해명에 나섰다. 골자는 지난 2000년 10월24일 정현준씨(KDL)의 CB를 이용호씨측에 넘긴 것은 "상호 합의에 의해 이뤄졌으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것으로 요약된다. 100만달러에 매입한 CB를 50만달러에 매도한 것은 이용호씨측과의 `흥정'의 결과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KDL은 거래직전인 2000년 10월22일 부도처리됐다. 가치가 땅에 떨어진 CB를 이용호씨측에 `고가'에 넘긴 대목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게 금융권의 반응이다. 물론 산은측은 "삼애 CB 매입건은 KDL건에 앞서 협의가 시작됐기 때문에 두 건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는 아니다. 특히 이용호씨의 삼애인더스 CB 900만달러를 매입하는 대가로 부실채권을 떠넘긴 것이 아니냐는게 주변의 분석이다. 당시 KDL의 CB의 시중가격은 액면가격의 10-15%에 불과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산은이 사실상 큰 차익을 챙겼음을 알수있다. 한 소식통은 "국책은행인 산은의 행태는 코스닥시장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꺽기의 일종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그럼에도 정당한 절차에 의한 거래였다고 주장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볼때 납득할 수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