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과거 고질적 병폐인 외형중시 전략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있다. 무차입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게 그 반증이다. 올들어 경기가 급속하게 되살아나면서 공격 영업을 대내외에 밝히는 기업이 줄을 잇고 있지만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내실 중시 경영풍토는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무차입경영을 실현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란데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공격경영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시점이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 무차입 기업이 늘어난다 =올해말까지 4년 연속 무차입 경영을 꾀할 수 있는 기업은 남양유업 다함이텍 담배인삼공사 미래산업 세원중공업 신도리코 에스원 일성신약 퍼시스 LG애드 등 10개사.이들 대부분은 이른바 '한 우물 경영'으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추고 있다. IT(정보기술) 기업보다는 전통적인 '굴뚝기업'에 많다. 지난 98년 10월부터 무차입 경영에 들어간 남양유업의 사내유보율은 6천5백%(유보금 2천7백억원)에 달한다. '자린고비' 경영으로도 유명하다. 신도리코는 사무기기 등 본업 외의 신규투자는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올해 차입금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장사는 제일기획 신도리코 태평양 대덕GDS 한국포리올 대덕전자 LG애드 담배인삼공사 SJM 에스원 화인케미칼 전기초자 극동전선 미래산업 등 14개다. ◇ 신규 무차입기업 속출 =지난해 대덕GDS 태평양 한국포리올 SJM 한국전기초자 등이 무차입 경영에 들어갔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가치주로 부각되면서 투자자에게 인기를 모았었다. 웅진닷컴 이수화학 제일기획 계룡건설 화인케미칼 극동전선 태영 이수화학 등은 올해 '빚 없는 기업'의 대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태영은 사실상 작년말부터 무차입경영에 돌입했다. 작년에 만기 도래한 2백93억원어치의 사채를 상환, 작년 11월 발행한 사모사채 10억원만 빚으로 남았다. 웅진닷컴도 오는 2003년이 만기인 1백억원의 회사채를 올 상반기중 조기 상환, 차입금을 없앨 계획이다. 구조조정의 성공케이스로 꼽히는 태평양도 작년부터 무차입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96년말 2천7백억여원에 달했던 차입금이 작년말 '제로'가 됐다. 코스닥 기업중에는 LG홈쇼핑 CJ39쇼핑 코리아나화장품 휴맥스 엔씨소프트 삼영열기 이루넷 핸디소프트 등 18개사도 차입금이 전혀 없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