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5일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해 미국 통상법 제201조에 따른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한국을 배려하는 제스처를 취해 눈길을 끌었다. 존 헌츠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이날 양성철(梁性喆) 주미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세이프가드 내용을 사전 브리핑하면서 열연 강판이 고관세 부과 대상인 16개 품목에 포함됐지만 한국의 포항제철이 미국의 UPI에 중간재로 수출하는 연 1억달러 상당의 열연 강판은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귀띔한 것. UPI는 포철이 미국의 USX와 합작으로 세운 업체로 고관세가 적용되면 세이프가드 발동 취지와 달리 미국 업체의 경쟁력이 오히려 더 떨어지므로 제외시키는 게 당연하지만 이날 발표 문안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 헌츠먼 부대표가 일부러 양 대사에게 알린 것은 당사국에 대한 통보 의무를 이행하는 동시에 한국의 의견이 반영됐음을 주지시키기 위한 생색내기용이라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대사관 관계자들은 대미 수출 주종 품목인 판재류에 30%의 고관세가 부과되면 수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포철의 열연 강판이 제외되자 "미국측과의 사전 교섭이 그래도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