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토의 생활권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말 서해안고속도로 등 6개 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돼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서해안선을 이용하면 아침은 서울에서 먹고 점심은 목포에서 세발낙지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이같이 국토의 동맥이 속속 뚫리면서 오지로 남아있던 지역 개발이 촉진되고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바뀌는 교통흐름=지난해말 서해안고속도로 등의 개통으로 한국은 2천6백km의 고속도로 시대가 열렸다. 세계 11위의 고속도로 보유국이 된 것이다. 올해에도 고속도로 5개 노선 1백92km가 연말까지 개통되고 8개 노선 2백54km가 신규 착공된다. 올해 개통되는 노선은 천안~논산(80km) 안중~평택(28km) 여주~충주(41km) 천안인터체인지~천안분기점(7.8km) 판교~퇴계원(34.3km) 등으로 모두 12월 완공된다. 착공사업중 신설되는 노선은 고창~장성(17km.완공 2006년) 양평~여주(29km.2006년) 평택~음성(31km.2006년) 무안~광주(43km.2007년) 목포~광양(1백5.5km.2007년) 등 5곳이다. 한남~반포(1.9km.2004년) 김천~구미(17.4km.2005년) 성서~옥포(9.3km.2003년) 노선은 4차로에서 6~8차로로 확장될 예정이다. 이들 고속도로 건설로 지역간 통행시간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올해말 경부선과 호남선을 연결하는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천안에서 논산간 주행시간이 70분에서 50분으로 20분 단축될 전망이다. 물류비용 절감효과도 기대된다. 건교부는 "올해말 5개 노선의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연간 5천억원의 물류비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속도로 외에도 올해안에 태안~서산(21km)과 진주~진성(13.2km) 등 국도 62개 구간(총 4백86km)이 새로 개통되고 청평~현리(9.9km) 등 54개구간 4백42km가 확장될 예정이다. 국토동맥 가지치기 가속화=이처럼 고속도로가 확장되도 여전히 차량들은 "거북이 걸음"이다. 명절엔 평균차량 흐름이 20~4km대에 머물고 주말에도 57~62km에 그치는 현실이다. 주된 이유는 물론 자동차의 증가를 고속도로의 증가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 실제로 하루 평균 고속도로 이용차량이 지난 75년에는 3천5백9대였으나 2000년말엔 5만6백75대로 연평균 11.3%나 늘어났다. 반면 고속도로 연장은 같은 기간중 연평균 2.5% 증가하는데 그쳤다.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일반국도와 지방도를 합치더라도 증가율은 2.9%늘어나는데 머물렀다. 이런 도로사정은 과도한 혼잡비용으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교통개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한해 전국의 교통혼잡비용은 19조5천억원. 지난 91년 처음으로 혼잡비용을 산출했을 때의 4천5백억원에 비해 9년만에 4.3배나 늘어난 액수다. 더욱이 고속도로에는 물동량을 실어 나르는 장거리 이용차량보다는 출퇴근 등 짧은 거리를 이용하는 차량이 늘어 교통정체를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75년에 차량 한 대당 고속도로 이용거리가 107.3km였지만 최근엔 46km로 급감한 것은 이 때문이다. 고속도로 건설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를 지속적으로 건설해 오는 2006년엔 총길이가 3천4백km에 이를 것"이라며 "이 경우 전국 어디서나 30분안에 고속도로에 접근이 가능해지고 명실공히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