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우선주관련 정관 변경방침에 대한 외국인 주주의 이의 제기는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다른 국내 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 대부분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아 의사결정 과정에 외국인 주주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를 제기한 당사자인 엘리어트어소시에이츠측은 삼성전자의 지배구조에 대해 정면 비판하며 다른 주주들에게도 '목소리 내기'를 권유,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 엘리어트측 주장 =엘리어트는 20일 '삼성전자 우선주 주주권익 보호를 위한 이의 제기'라는 성명을 통해 우선주 주주들의 승인없이는 정관 변경이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엘리어트측은 "삼성전자가 정관 조항의 삭제를 표결로 통과시키지 않을 것을 희망하며 이로 인해 외국인투자자 권익을 침해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엘리어트는 또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우선주 가치를 비례전환 방식에 근거해 추정해 보면 기존 우선주는 34만2천5백원의 보통주 주당 가격의 85%선인 29만1천원에 거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삼성전자 입장 =오는 28일 주총에서 '발행 후 10년이 경과된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정관 조항을 방침대로 삭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달 초 이사회를 열어 정관삭제를 안건으로 상정키로 결의했고 주주들에게 통보했다. 문제가 된 8조(주식 및 주권의 종류) 5항은 '우선주식의 존속기간은 발행일로부터 10년으로 하고 이 기간 만료와 동시에 보통주식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위 기간중 소정의 배당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소정의 배당을 완료할 때까지 그 기간을 연장한다'라고 돼 있다. 이 조항은 지난 97년 정부의 행정지도 사항으로 삼성전자를 포함한 모든 상장사가 정관에 포함시켰다. 삼성전자측은 "정부의 행정 규제가 철폐됨에 따라 실질적으로 사문화된 조항으로 투자자의 혼선을 막기 위해 취해지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97년 2월28일 발행일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신형우선주의 발행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개정한 이후 우선주를 발행한 사실이 없다"면서 "정관 8조에 명시된 우선주는 신형 우선주이기 때문에 97년 이전 발행된 구형 우선주는 보통주로 전환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 분석.전망 =증권가에서는 엘리어트측 주장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금융감독원도 보통주 주주들의 의결로 정관을 변경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게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일각에선 엘리어트측이 보유중인 우선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SK증권 전우종 기업분석팀장은 "정관 삭제에 법적 문제가 없는 만큼 주총을 통과하면 된다"면서 "보유한 우선주의 가치를 올리고 다른 우선주에도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엘리어트가 법원에 주총 정관변경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엘리어트 입장에서는 보유중인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특수관계인까지 합친 지분율(보통주 기준)이 11.7%대에 불과하지만 외국인 지분율은 60%에 육박하고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