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벌이고 있는 메모리부문 매각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더욱이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이를 뒷받침하는 듯한 발언을 해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협력가능성에 대해 강력 부인하고 있다. 전문가들 내에서도 이들의 협력이 실제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와의 제휴론=신국환 장관은 20일 반도체업계 대표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후에 구조조정과는 무관한 얘기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양사의 제휴가 신 장관의 평소 소신이라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하이닉스-마이크론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고 있는 시점에 이같은 발언이 나온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에 앞서 19일엔 김경모 미래에셋증권 반도체 애널리스트가 '하이닉스매각 삼성전자가 나서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그는 마이크론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자금력이 풍부한 삼성전자가 반도체생산라인 분할인수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론이 가장 두려워하는 삼성전자를 이번 협상에 끌어들여 헐값매각을 방지해야 한다는 요지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끌어들이게 되면 삼성전자에 상당한 위협요인이 될 것이라는 일부 다른 전문가들의 시각도 삼성전자와의 제휴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해당업체들은 부정적=이윤우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은 "하이닉스와의 제휴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강력 부인했다. 그는 마이크론이 D램 1위로 부상하는 경우에 대해 "물량기준으로 1∼2위는 의미가 없다"며 "앞선 기술과 가격경쟁력면에서 업계를 리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표준 창출능력과 신제품개발능력으로 볼때 삼성전자는 업계를 리드하는 1위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 하이닉스반도체도 삼성전자와의 제휴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독자생존론과 삼성전자와의 제휴론 등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마이크론과의 막판협상에 혼선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미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시작되기 이전에 삼성전자에 여러번 협력을 제의했으나 별 호응을 얻지 못했었다. ◇마이크론과의 협상에 혼선 우려=다양한 제안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채권단의 입장이 확고하지 못하기 때문. 채권단은 독자생존에 필요한 과감한 자금지원에 선뜻 나설 준비가 돼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마이크론측의 제안을 원점에서부터 재협상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마이크론은 이달내에 협상이 마무리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동안 협상에 매달려 신규사업을 벌이는데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수대금 전체 규모는 늘리지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해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은 "채권단내에 의견이 분분해 협상이 타결될 확률은 50대50"이라고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