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막을 올리는 2002 한.일 월드컵이 꼭 1백일 앞으로 다가왔다.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한국은 21세기 처음 열리는 지구촌 최대의 이벤트를 위해 그동안 착실하게 준비해 왔다. 지자체와 관광업계는 한국을 찾을 40만명 이상의 외국인을 맞을 채비에 여념이 없다.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를 만끽하려는 기업들의 마케팅도 점차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제 지구촌 잔치를 위한 준비는 끝난 셈이다. 온국민의 마음도 하나로 뭉쳤다. 4천만 국민은 한국의 16강을 기원하기 위해 남은 기간동안 백일치성이라도 들일듯한 간절한 마음이다. 그러나 지난해 1월 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이 취임한 이후 1년이 넘었음에도 불구, 한국팀은 아직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한달여 동안 이뤄진 미국 전지훈련과 북중미골드컵, 우루과이와의 평가전 등에서 한국팀은 극도의 부진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지난달 8일 한국을 떠나 아메리카대륙 원정에 나섰던 한국은 골드컵대회(1승1무3패)와 미국 프로팀 LA갤럭시전 패배를 포함해 1승1무5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쥐고 귀국했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국대표팀의 성적표는 10승5무9패. 이같은 성적표로는 한국의 16강 진출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더욱이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우리와 같은 D조에 속한 포르투갈과 폴란드 미국 등의 전력은 지난 14일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의 날 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결코 만만찮다. D조 최강으로 여겨지는 포루투갈이 스페인과 비긴 것은 차치하더라도 폴란드는 북아일랜드를 4-1로 격파했다. 또 미국은 월드컵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탈리아를 맞아 0-1로 지기는 했으나 공수에서 안정된 전력을 과시했다. 이에따라 한국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들중 한팀을 제물로 삼아 1승을 거두지 않고서는 사실상 16강 진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은 최근의 경기를 통해 수비 부재와 골 결정력 미숙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한국축구는 히딩크 감독이 강조했듯 '킬러'의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는 골가뭄을 설기현과 안정환 등 유럽파가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한국과 경기를 치른 빅토르 푸아 우루과이팀 감독이 "한국이 오늘처럼 빠른팀인 줄 몰랐다"고 분석했듯 히딩크도 한국대표팀이 많이 달라진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미드필드 장악력과 빠른 공수전환은 그동안의 발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 한국팀은 3월초 스페인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번 훈련기간에는 유럽파들도 합류, 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올 것이다. 히딩크 감독은 이와관련, "지금까지 강팀을 상대로 싸운 것은 승패에 관계없이 그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며 "3월 유럽 전지훈련부터는 최종 엔트리를 잠정 확정해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앞으로 남은 1백일. 한국대표팀은 최선을 다할 것이며 우리 국민은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위해 결코 식지 않는 성원을 보낼 것이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