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테크놀로지측이 채권단에 신규자금을 요청하고 향후 부실발생시 손실보전을 요구함에 따라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작업이 중대한 걸림돌에 부딪혔다. 채권단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헐값 매각' 시비의 가능성이다. 해외채권자 몫과 비메모리분야 투자분을 제외하면 실제 채권단이 받는 돈은 28억달러에 불과한 터에 15억달러의 자금을 빌려주게 되면 실제로는 13억달러만 받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신설되는 마이크론코리아에 11억달러의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것은 향후 회수 가능성이 높지만 4억달러 후순위채권 인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측이 인수대금을 에스크로계좌에 넣겠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도 채권단의 심기를 건드리는 대목이다. 에스크로계좌는 특수조건을 명시하고 이에 해당하는 용도로만 자금을 쓸 수 있는 계좌다. 마이크론측은 인수대금으로 제공한 마이크론 주식의 50%를 이 계좌에 넣고 향후 하이닉스 인수 자산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그에 해당하는 주식만큼을 되찾아가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마이크론은 또 주식매각에도 제한을 뒀다. 마이크론주식을 채권단이 1년간 팔지 못할 뿐 아니라 1년 이후에 50%,2년 이후에 25%,3년 이후에 25%를 처분하도록 단계별 단서조항을 달았다. 당장 주식을 현금화해 손실을 보전하고자 하는 채권단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채권단에 불리한 조건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마이크론은 자사의 주식가격을 향후 양해각서(MOU)체결일 직전 5영업일 평균주가로 하되 최저가격을 35달러로 정할 것을 요구했다. 평균주가가 35달러미만일 경우에도 주식가격이 35달러로 결정되기 때문에 그만큼 채권단이 받을 수 있는 주식 수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밖에 실사과정에 드는 비용을 하이닉스가 모두 물도록 하는 조건도 삽입했고 만약 메모리분야의 자산 뿐만 아니라 부채까지 인수할 경우에는 자산초과부채분만큼 매각대금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의 입장은 강경한 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수정제안을 다시 할 것이지만 서로 양보가 더이상 어려울 경우에는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