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신용평가회사들의 상장 및 등록회사,외부감사 업체들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신용평가의 기본 목적은 해당 기업의 장·단기 채무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데 있다. 등급조정은 보통 해당업체의 재무구조 변화를 후행적으로 반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때문에 사업내용의 성장성이나 그에 따른 기업실적 및 재무구조 변화를 선행적으로 반영하는 주가와의 상관관계는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회사채나 기업어음 신용등급 변경은 직접적으로 해당 업체의 자금조달 비용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간접적인 투자지표로 활용된다. 메디슨의 예에서 보듯이 신용평가회사들이 해당업체의 급박한 자금사정을 파악,신용등급을 갑작스레 변경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때에는 투자 대상업체의 신용등급 변화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올들어 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 등 3개 평가사가 취한 등급 변동내용을 보면 현대자동차 계열사들의 등급 상향이 눈에 띈다. 한신정과 한기평은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급을 각각 종전의 A와 A2에서 A+와 A2+로 한 단계씩 상향 조정했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의 신용등급도 동반 상승했다. 현대·기아차의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 발현과 그에 따른 사상 최대의 실적,성공적인 구조조정 등을 반영한 결과다. 신용등급 변동 중에서는 무엇보다 등급 회색지대로 불리는 BBB급 업체들이 가장 큰 관심 대상이다. 회사채 시장에서 기관투자가의 선호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등급이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대한전선의 등급을 BBB+에서 A-로 상향시켰고 한신평은 하이트맥주의 회사채 등급을 BBB에서 BBB+로 올렸다. 건설업체 중에서는 삼환기업이 한신정으로부터 회사채 등급을 BBB-에서 BBB로 올려받았다. '트리플B'등급 중 기존 등급보다 떨어진 곳은 동부그룹 계열사와 현대상선 등이다. 동부건설과 동부한농화학은 계열사 지원 문제 때문에 BBB에서 투자적격 중 최하위인 BBB-로 등급이 깎였다. 이 두 회사는 동부제강과 함께 동부전자가 금융권으로부터 신디케이트론을 조달할 때 1천억원 한도 내에서 자금보충 의무를 지기로 했고 담보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1월 말 4천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으로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하향 검토대상에 올라 있던 현대상선도 BBB-로 등급이 한 단계 내려갔다. 동부 계열사와 현대상선 등 시장에 민감한 기업의 등급 하향 조정이 모두 한신평에 의해 주도된 점도 주목거리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