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올림픽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언론이 각종 경기를 보도하면서 부시 대통령이 쏟아낸 '악(惡)의 축'발언 파장도 조금은 수그러든 느낌이다. 특히 성화를 봉송했던 노(老)기업인에게 쏠린 미국 언론의 관심은 대단했다. 그 주인공은 경기 시작 후에도 한동안 화제에 올랐다. 시민들은 78세의 이 노인이 캔자스시티의 한 구간에서 성화를 들고 조심스럽게 달려올 때 연도에 나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주인공은 뮤추얼펀드 투자회사인 아메리칸 센추리를 창업하고 현재도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짐 스토워스씨.미 전역을 돌아온 성화 주자는 1만1천5백명에 달했지만 노기업인 만큼 시민들의 사랑을 받은 주자는 없었다고 언론들은 평가했다.지난 58년 아메리칸 센추리란 투자회사를 세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62세가 되던 86년.건강했던 그는 전립선암 판정을 받는다. 어려운 수술 끝에 가까스로 극복했지만 5년 후인 93년 이번엔 아내인 버지니아 스토워스 여사가 유방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시작한다. "왜 우리 부부여야만 하느냐"는 원망을 하던 스토워스씨는 그 때부터 부인의 암 치료에 전력투구하면서 다른 환자들의 투병을 도울 수 있는 특별한 선택을 한다. 바로 자신들이 모은 전 재산 20억달러를 쾌척,불치병·난치병 연구소를 세우기로 한 것.공교롭게도 연구소 개관 후 스토워스씨의 딸인 캐틀린(40)마저 암에 걸려 이 연구소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우리 부부는 더 이상 백만장자가 아닙니다. 연구소에 모든 것을 내놓았습니다" NBC TV는 "그가 성화 주자로 선택된 것은 그 동안 해온 자선행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며 "메인스타디움을 환하게 비추고 있는 불빛 속에 사랑과 희망을 전파하려는 기업인의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엔론의 경영진이 수많은 종업원과 투자자들을 속인 사실이 드러나 많은 기업인들이 덩달아 손가락질 받고 있다. 하지만 스토워스씨에 대한 뜨거운 박수와 이를 전하는 언론의 보도에서 기업인을 사랑하는 미국인들의 인식을 읽을 수 있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