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매각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우발채무 등 핵심쟁점들에 대한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우발채무에 대한 채권단의 포괄적 보장(indemnity)을 요구하면서 해외 법인 인수대상도 당초 22개에서 9개로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요구대로 매각이 성사될 경우 헐값 매각 시비가 재연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채권단도 곤혹스런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매각대상에서 제외된 해외법인들의 처리 문제도 골칫거리지만 대우차가 구축해 놓은 해외네트웍의 상당 부분이 사장될 것으로 예상돼 대우차 매각 취지를 퇴색시킬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결국 양측이 쟁점들에 대해 극적인 타결을 보지 않는 이상 대우차 매각협상은 타결시한인 이달을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우발채무 보증 =지난해 9월 체결된 매각 양해각서(MOU)에는 GM이 '2개 해외 생산법인, 22개 해외 판매법인을 인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작년말 불거져나온 우발채무로 인해 매각 범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뿐만 아니라 GM이 모든 우발채무에 대한 포괄적 보장을 요구하면서 채권단은 신규자금 지원등 새로운 부담을 떠안아야할 입장이다. GM측이 문제를 삼고 있는 우발채무의 성격은 이전가격 조작 가능성으로 부과될지도 모르는 현지 세금과 재고자산 과다평가 등으로 인한 부실채권 증가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GM의 요구를 일부 수용은 하되 '지나치게 폭넓게 보상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포괄적인 풋백옵션(본계약 후 신규 부실 보전)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양측이 우발채무에 대한 보상 범위.규모 및 방식을 어떻게 결정하느냐가 본계약 체결을 위한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 부평공장 유지방안 =노조는 GM이 부평공장에 대한 분명한 유지 발전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부평공장이 고사될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부평공장의 발전방안을 본계약에 명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부평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의 납품단가와 비용을 산정할 때 적정이윤을 보장,독자생존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반면 GM측은 납품단가와 비용산정에 있어 자동차 제조에 소요되는 부품대금과 인건비만을 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부평공장의 유지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GM은 부평공장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 독자생존력을 갖출 경우 향후 인수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 단체협상 개정 =표면적으로 대우차 노사는 여전히 단체협상 개정을 두고 '협상결렬'을 선언할 정도로 갈등을 빚고 있다. GM측은 △5년간 고용 보장 △조합원 인사시 노조와 사전합의 등 단체협약상의 2개 조항을 수정 또는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고용 및 단협 승계와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지난 3개월 간의 협상에서 양측은 모두 단협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노조는 최근 회사의 매각정리 합병시 노조와 '합의'키로 한 현재 단체협상을 '협의' 수준으로 낮췄다. ◇ 본계약 체결은 언제쯤 =대우차.채권단이나 GM 모두 협상을 오래 끌어 유리할 것이 없는 형편이다. 오래 끌면 끌수록 대우차의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정상화에도 그만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GM측도 우발채무 문제가 대우차 인수 자체를 뒤집을 만큼 심각한 문제로 제기하기보다는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전략으로 활용한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매각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는 "우발채무가 드러난 이후에도 GM 슐레이스 부사장이 6주 정도의 협상 타결기간을 언급한 것은 이 문제로 협상 전체를 뒤집지는 않겠다는 뜻"이라며 "다만 GM측으로서는 이번 문제를 최대한 부각시켜 본계약 체결조건을 유리하게 이끌고 나가려 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권단은 현재 GM이 제시한 초안에 포함된 23개 계약서 가운데 15개 계약서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해외법인 우발채무 처리, 단체협상 개정이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상태로 본계약 체결이 이달중 이뤄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원칙적으로 24개 해외 생산.판매법인의 인수를 고수하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 몇몇 해외 법인을 매각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굳이 매각대상에 포함시켜 우발채무 부담까지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체결시기는 GM과 채권단의 이견 해소가 어느 정도 신속하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