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워싱턴DC 내셔널프레스센터에선 조촐한 기자회견 하나가 열렸다. 회견 제목은 '다양성 파이프라인 리포트'.흑인 스페인계 등 이른바 소수민족들이 지금보다 비즈니스분야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을 넓혀주자는 취지의 회견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흑인 학생 중 비즈니스를 전공한 학생 비율이 지난 89년 26%에 달했지만 98년엔 21%로 떨어졌습니다. 스페인계 학사출신 중 비즈니스를 전공한 학사 비율도 같은 기간 23%에서 19%로 낮아졌습니다" 기자회견을 주도한 경영대학원입학위원회의 니콜 체스탕 이사는 "학부나 대학원에서 비즈니스를 공부해야 그들이 기업의 간부가 되거나 관련 분야의 교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수민족의 절대 인구에 비해 비즈니스를 공부하는 학생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재계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의 인종은 백인 위주여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사실 최근 늘어나는 미국인구는 대부분 소수민족이다. 90년대 백인 인구는 3.4% 증가했지만,스페인계는 58%,흑인계는 16%나 늘었다. 체스탕 이사는 "인종지도가 이처럼 다변화되고 있지만 MBA 과정에서 요구하는 GMAT시험을 친 소수민족의 비율은 2000년 14.8%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소수민족이 다른 학문에 비해 비즈니스분야에 관심을 덜 쏟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교육과정의 문제점과,소수민족이 비즈니스분야를 전공토록 자극할 수 있는 선배나 친척이 적은 현실을 이유로 지적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직업관이 싹트는 중학생 때부터 업계 진출 이점과 준비사항,또는 관련 자료 및 통계를 제공하는 작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최근 AOL타임워너의 최고경영자(CEO)에 이 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는 흑인 리처드 파슨스가 내정돼 화제를 뿌렸었다. 이를 계기로 뉴스위크는 '재계에서 부상하는 흑인'을 표지 기사로 싣기도 했다. 백인 일색인 미국 재계의 인종지도가 바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