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영 < 중기청장 > 벤처캐피털은 기업의 투자수요와 자금공급을 상호 연결하여 줌으로써 수많은 벤처.중소기업이 신기술 사업에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해 활력있는 경제구조를 실현시켜 준다. 미국 경제가 외적 충격에 대해 상당히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바로 경쟁력있는 벤처.중소기업이 경제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1997년 이후 정부의 벤처육성 정책과 더불어 벤처캐피털 산업도 상당히 발전되었으나 선진국에 비하면 규모나 안정적인 투자기반 구축 차원에서 아직은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된다. 1999년 이후 닷컴열풍 등으로 본격적인 벤처투자붐이 조성되면서 한국 경제는 2000년에 GDP 대비 벤처투자비중이 0.6%로 세계 4위를 기록하는 등 벤처투자 강국으로 급부상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지난해엔 전성기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하였다는 사실이 아직까지 한국의 벤처캐피털이 경기변동 등에 쉽게 흔들리고 그 기반이 취약함을 보여준다. 최근 일부 '게이트 사건'에 따른 사회 전반의 인식전환은 벤처생태계의 변화를 유도하고 한층 더 성숙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벤처캐피털 역시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욱 프로페셔널한 역량을 보유할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아울러 벤처기업이 기술력으로 무장한 진정한 벤처정신으로 거듭나 벤처투자의 밑바탕을 형성하는 것이 벤처캐피털 발전의 선행조건임은 물론이다. 다행스럽게 나타나는 변화의 조짐은 이제 한국도 '펀드 중심의 파트너십 벤처캐피털'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투자조합을 통한 투자가 전체 투자의 66.9%를 차지하는 등 주도적인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도 70% 이상이 펀드를 통해 투자될 것으로 조사돼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산업발전을 위한 최우선의 과제는 이러한 흐름을 정착시키기 위해 투자조합 활성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투자재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벤처캐피털 기능의 시작이며 민간의 투자공급을 기업의 투자수요에 매칭하는 벤처캐피털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조성된 펀드규모의 87%가 정부의 재정출자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아직까지 투자재원 조성 기반이 취약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관투자가를 통한 펀드결성이 성숙되지 못한 한국의 투자환경에서는 정부재정 출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투자재원 자체를 확충시켜 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재정출자는 투자조합에 대한 공신력 제고 등을 통해 민간 자금의 유입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3-4배의 민간투자를 확대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어 한국의 현실에서는 투자조합 활성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국내 대형 연기금의 자금 유입 등으로 더욱 안정적인 재원 공급자를 확보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투자조합 활성화를 위해서는 벤처캐피털이 전문인력 중심의 투자회사로 거듭나는 것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투자기준 마련으로 '감(感)'에 의존한 투자행태에서 시스템적인 정석 투자로 전환하고 펀드매니저에 대한 확실한 성과보수 지급체계를 확립해 '펀드매니저 책임하의 펀드 운영'이라는 투자방식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이로써 민간 투자가의 신뢰를 확보하고 경쟁력에 기초한 벤처캐피털의 자생적 발전이 도모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코스닥시장이 벤처캐피털 자금회수의 주요 창구로서의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력과 성장가능성을 겸비한 벤처.중소기업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되는 등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