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계 빅3'의 2·3세가 잇달아 경영전면에 나서거나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가 앞으로 이들이 펼칠 경영 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47·신격호 회장의 차남),정용진 신세계 경영기획실 부사장(34·이명희 회장의 장남)에 이어 고 정주영 현대명예회장 3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장남 지선씨(30)가 올해초 이사에서 기획관리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동빈 부회장이 전경련 부회장직까지 맡아 행보를 넓히고 있는데 비해 정용진 부사장과 정지선 부사장은 아직 경력도 짧고 나이도 상대적으로 어리다. 하지만 기업의 중핵인 기획 인사 재무 등을 관장한다는 점에서 유통업계는 이들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이사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기획관리담당이라는 직제를 신설했다. 기획·인사·재무·조직관리를 총괄하는 '막강한 자리'다. 그 뒤를 상무에서 전무로 나란히 승진한 김태석 경영지원본부장과 경청호 기획실장이 받쳐주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재무 회계통이며 현대백화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정 부사장의 역할 확대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본격적인 경영수업 및 역할확대를 예상케 해준다. 정 부사장은 회사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사 시절 기획실장으로서 국내외 IR(기업설명)활동을 주도,1만원대의 주가를 3만원대로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신세계의 정용진 부사장도 차근차근 자리매김을 해왔다. 95년12월 신세계 기획실 대우이사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해 97년 상무,지난해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그는 일본 유통시장을 수시로 돌아본다. 그중에서도 슈퍼슈퍼마켓(SSM)과 편의점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학서 사장이 그의 '경영교사'다. 신동빈 롯데 부회장은 95년 기조실 부사장을 맡으면서 그룹 경영에 본격 참여했다. 지난해 12월말 세븐일레븐 1천호점 개장식 때는 그룹 실세들을 대동하고 임직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편의점(세븐일레븐)을 비롯 슈퍼마켓(레몬)과 온라인 쇼핑몰(롯데닷컴) 사업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전경련 산하 유통산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유통업계 차세대 리더로서의 이미지도 만들어가고 있다. 세사람은 모두 최종 학력을 미국에서 쌓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신 부회장은 일본 아오야마대를 거쳐 미국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정용진 부사장은 경복고 졸업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브라운대학을 졸업했으며 정지선 부사장은 연세대,미 하버드대학원을 나왔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유통업계의 시장쟁탈전에서 누가 리드를 잡을지 주목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