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된 권력 맞선 철창 속 쿠데타 .. 영화 '라스트 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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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레드포드는 헐리우드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 60~70년대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에서 이른바 ''반영웅(anti-hero)''으로 떠올랐던 그는 80~90년대 ''아웃 오브 아프리카'' ''업 크로스 앤드 퍼스널'' 등에서 부드럽고 따스한 성격의 멜러주인공으로 전세계 여성들을 사로잡는 동시에 ''보통사람들'' ''흐르는 강물처럼'' ''퀴즈쇼''에선 연출자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감독상을 휩쓸었다.
그가 이런 이미지를 십분 살린 ''전설적인 장군''역으로 돌아왔다.
영화 ''라스트 캐슬''(로드 루리 감독)에서 미군 교도소에 갖힌 어윈 중장역을 맡았다.
어윈은 혁혁한 무공을 세운 전쟁영웅이었지만 마지막 작전에서 대통령의 명령에 불복한 죄로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갇힌 군교도소는 ''죽음의 성''이다.
군교도소는 엄격한 규율과 통제로 지배되는 군대 내에서도 가장 밀폐된 곳이다.
어윈이 이곳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로 재소자들의 리더로 떠오르면서 교도소장인 윈터 대령(제임스 갠돌피니)과 충돌한다.
두 사람의 대립은 도입부에서 예고된다.
윈터가 새로 입소한 ''전쟁영웅'' 어윈으로부터 사인을 받으려다가 돌연 중단한 것이다.
어윈이 윈터의 전쟁유물 수집품을 둘러보며 ''실전을 경험못한 자의 취미''라고 한 말이 윈터의 콤플렉스를 자극했다.
이후 어윈이 재소자들의 인기를 얻을수록, 그 열등감은 포악함으로 드러난다.
윈터는 자신의 명령에 불복하는 재소자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어윈은 재소자들에게 죄수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며, 한 군인이라는 자기정체성을 심어주고, 분연히 일어설 것을 촉구한다.
영화는 시종 어윈과 윈터의 팽팽한 심리전 구도로 진행된다.
특히 마지막 30분간의 대립은 투척기와 물대포 등을 앞세워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어윈역의 레드포드는 ''단정하고 준수한 청년''이란 자신의 이미지를 그대로 복제했다.
반면 윈터역의 갠돌피니는 ''열등감의 늪''에 서서히 빠져드는 인물을 그려냈다.
어윈이 윈터의 총탄에 쓰러지면서 국기를 게양하는 마지막 장면은 어윈의 복합적인 심경을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윈터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한 어윈은 국기를 깃대쪽으로 가져가는 동안 윈터가 이를 제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총을 쏠 것을 알았다.
어윈의 삶은 실형선고로 한순간에 명예를 잃어버린 순간 사실상 끝났다.
"조용히 복역하다가 출소해 여생을 집에서 마치고 싶다''는 그의 말은 역설적이다.
그는 군인답게 전장에서 숨을 거두고 싶었다.
그는 총탄을 맞은 뒤 성조기를 바로 게양해 ''애국의 깃발'' 아래 쓰러짐으로써 희망을 실현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깃발을 거꾸로 세워 구조요청을 하는 것이었지만 그는 구차한 목숨을 연명하고 싶지 않았다.
로드 루리 감독은 미 육군사관학교 출신답게 군교도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군인의 감수성을 살려 박진감있는 드라마를 내놨다.
그러나 각본에는 흠집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살인 마약 강간을 저지른 범죄자들이 전쟁영웅의 말 한마디에 그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까.
죄수 감시임무를 맡은 병사들이 어윈에 감화돼 명령을 거부한다는 설정도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 재소자들의 봉기가 교도소 울타리안에서만 일어난다는 점도 설득력이 약하다.
25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