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부패구조는 기본적으로 금융업 자체가 ''돈''을 만지는 업종이라는 속성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허점투성이인 금융제도와 허술하기만 한 감독시스템 등이 어우러져 부패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출관련 비리의 원인으로 자금수급의 불일치가 꼽힌다.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자금을 쓰려는 기업(사람)은 많은 반면 공급할 자금은 한정돼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은 어떡하든 대출을 받으려고 안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과정에서 정치권 등의 실력자들이 동원됐다. 대출대가로 은행원에게 주는 ''커미션''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에 자금이 남아돌면서 상황이 달라졌지만, 신용금고 등 일부 금융권에서 새로운 양상의 대출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진승현게이트 이용호게이트 등 각종 부패스캔들에는 신용금고가 어김없이 끼어든다. 부패스캔들의 주범들은 일단 신용금고를 사들인 뒤 고객의 돈을 자신의 돈인양 사용했다. 감독당국에 대한 로비도 서슴지 않았다. 허술한 감독시스템이 ''신용금고의 사금고화''를 방치한 셈이다. 직접금융시장을 둘러싼 비리는 최근 증시가 활성화되면서 본격화됐다.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려는 기업으로선 보다 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으는게 필요했다. 은행 투신사 등 금융회사가 적격이었다. 주식이나 현금을 상납하면서 은행이나 투신사를 주주로 모셔왔다. 주식유통시장의 ''작전''은 뿌리가 깊다. 최근엔 그 정도가 심해졌다. 이용호게이트에서 나타난 것처럼 특정 사실을 부풀리면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는 경우가 허다하다. BW(주식예탁증서)나 CB(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해 한탕 해먹는 경우도 많다. 금융권의 비리는 돈을 만지는 금융업의 속성과 종사자들의 비도덕성, 허술한 감독체계 등 3가지가 어우러지면서 난마처럼 얽혀가고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