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박물관과 미술관들이 관람객의 대폭 감소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전국 박물관 입장객수는 예년에 비해 30% 이상 줄었다. 갑자기 관람객이 줄어든 것은 지난 9·11 뉴욕 테러 사태로 인한 외국인 관광객 격감 탓도 있지만,주원인은 박물관 노사쟁의에 있다. 작년 프랑스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는 35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근무시간 조정 및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이 끊이질 않았다. 박물관당 평균 파업일수는 20일이 넘는다. 루브르박물관과 베르사유궁은 관람객수가 각각 21%,30% 감소해 2백40만유로와 4백60만유로의 입장료 수입 손실을 입었다. 인상주의 예술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뮈제 도르새미술관의 경우 입장객 감소율이 32%에 달한다. 퐁피두센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박물관마다 올해 기획사업 추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업 여파는 입장료 수입감소만으로 끝나지 않고 그림엽서와 포스터·티셔츠 등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매장과 서점 영업에도 영향을 미쳐 매출액이 사상최저를 기록했다. 기본임대료 외에 판매 수익에 따라 로열티를 지불하는 박물관 입주 레스토랑과 카페 역시 매출이 떨어지는 바람에 박물관의 재정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들의 박물관 후원 예산도 절반 수준으로 깎였다. 관람객수가 줄어들어 당초의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획전 메세나를 약속했던 기업들이 마지막 순간에 후원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생기고 있다. 퐁피두센터는 특별전 집행예산 부족으로 올해 열 예정이었던 스탁전을 아예 내년으로 연기했다. 일반 관리·운영예산마저 궁한 루브르박물관은 렘브란트 작품 소장실을 매주 2회 폐쇄키로 했다. 얼마전 국립박물관 종합관리청(RMN)은 재정난 타개책으로 오는 4월 입장료를 인상키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만만찮다.예고 없는 파업으로 문 닫힌 박물관 앞에서 몇시간을 기다리다 발길을 돌린 것도 화가 치미는 데,파업 후유증까지 떠안아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