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업체인 에릭슨은 지난해초 휴대폰 생산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주력상품 생산을 그만두겠다는 소식에 업계는 술렁거렸지만 이같은 발표가 에릭슨의 휴대폰 사업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단말기 생산을 EMS(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 업체인 플렉스트로닉스에 매각하는 대신 브랜드 마케팅과 연구개발(R&D)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내 물건은 내가 만든다''라는 제조업의 기본명제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건이었다. 에릭슨의 사례처럼 세계의 유명한 전자업체들은 제조분야 아웃소싱을 꾀하며 보다 가벼운 몸집으로 무한경쟁의 시대를 헤쳐 나가고 있다. 아웃소싱의 목적은 조직의 슬림화 리스크 분산 생산원가 절감 핵심역량 집중. 국내외 경기가 악화돼 기업들의 신제품 개발과 설비투자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기업간 기술격차가 줄어들며 제품차별화마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커다란 몸집이 부담스럽게 느껴진 제조업체들이 부가가치가 낮은 생산은 아웃소싱하고 R&D와 마케팅, 신제품 기획 등 ''머리 쓰는'' 쪽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주목 받는 기업이 전자제품만을 발주받아 제조하는 생산전문회사인 EMS 업체. 기존의 임가공이란 설비와 부품 일체를 하청업체에 모두 제공해 생산하는 것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은 설비와 부품은 생산업체가 조달하지만 일부 연구개발과 마케팅도 병행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EMS 기업은 외주를 받아 주문자상표로 납품하는 것은 같지만 반드시 완제품이 아닌 반제품 단계도 있으며 오직 생산만 수행한다. 세계 각국에서 부품을 조달해 원가를 낮추고 특별한 경우 제품 설계도 대행해 준다. 외국에선 이미 미국 솔렉트론, 싱가포르 SCI등 EMS 업체들이 입지를 굳히고 있다. 국내에는 PJ전자 한주에스엠티 삼양전자 등 5~6개 대형 업체가 활발히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아웃소싱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EMS 시장도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천60억달러로 추산되는 전세계 EMS 시장규모는 2003년에는 1천4백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