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혼돈 新질서] (3) '세계질서, 단극이냐 다극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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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0년대초 사회주의 진영이 무너진 이후 국제질서는 말그대로 미국의 단극시대로 재편됐다.
그러나 단극이 공고해질수록 이에 대한 반작용도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작용.반작용하는 길항작용의 키워드는 세계화다.
국제질서의 전개양상에 따라 글로벌리제이션(globalization)의 방향과 강도는 달라진다.
2002년 한국경제신문이 던지는 세번째 질문은 세계질서가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를 계속할 것인가,아니면 유럽과 중국이 가세하는 다극체제로 이행할 것인가''이다.
유럽은 올해 유로화 공식 통용으로 정체성을 더욱 강화했다.
또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유치와 국제무역기구(WTO) 가입 등으로 국제사회의 한 축으로 화려하게 부상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이른바 ''강한 러시아''에 대한 주장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세계질서 변화를 다섯가지 키워드로 짚어본다.
미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사회질서는 몇 세대를 단위로 주기적인 부침을 거듭한다"며 "지금 역사의 주기가 상승세냐 하강세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이, 그리고 이 몇해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국이 국내문제에만 관심을 쏟는 동안 신질서의 큰 흐름을 놓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는 그래서 더욱 높다.
◇ USE (United States of Europe) 등장하나 =유로를 사용하는 지역, 즉 유로랜드는 인구 3억4천만명, 세계 GDP의 16%, 무역의 20%를 차지하는 세계 2위의 경제권이다.
유로화 출범은 금융비용 절감 및 통화장벽 제거로 유럽경제의 경쟁력을 한층 높이고 있다.
공동체 의식도 한결 높아졌다.
경제통합은 ''유럽의 정치적 통일''마저 가시권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올해말까지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10개국을 가입시킨다면 유럽의 지도는 훨씬 넓어진다.
유럽은 미국의 독주를 저지할 중심세력으로서 성큼 부상해 있다.
말하자면 미국이 빗대 USE로 부상할 것인지가 키워드다.
◇ 아시아 맹주 꿈꾸는 중국 =중국은 ''세계의 제조공장''이 되고 있다.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취업자 7억1천2백만명)과 13억명의 방대한 시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투자처다.
이미 세계 7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연간 무역량은 지난해 4천7백억달러.
2005년에는 7천억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동남아국가들과의 ''범(汎)중화경제권''이 이루어지면 힘은 더욱 막강해진다.
2010년 목표로 추진중인 ''동남아+중국 자유무역지대''가 설립되면 인구 18억명, 경제규모 2조3천억달러의 거대 시장이 탄생한다.
중국은 개도국의 대변자, 아시아 맹주로서의 지위를 최대한 이용할 전망이다.
일본이 퇴조하는 사이 중국의 부상은 확실하게 진행된다.
중국의 등장이 지난 10여년간을 질주해온 세계화 추세에 제동을 걸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강화할 것인지 주목된다.
◇ 러시아, 힘의 균형 모색 =세계 2위의 산유국 러시아.
99∼2000년 유가 상승의 혜택을 많이 받아 경제를 안정시켰다.
2000년에는 5백73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내기도 했다.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도 7∼8%대로 끌어올려 이제는 국제정치무대에 플레이어로 나설 채비다.
러시아는 서방선진 7개국(G7)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맡으려는 계산이다.
EU에 가입한 동유럽국가와 유대가 지속되면 유럽·러시아의 공조체제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5개국 관세동맹(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과 ''6개국 공동안보 협약(5개 관세동맹국+아르메니아)''도 세력 확장의 한 사례다.
''강한 러시아'' 꿈꾸는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미국식 세계화의 기로 =미국이 지난 10년 동안 추진해온 세계화 운동을 어느 정도까지 밀어갈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세계화는 세계 경제질서를 하나의 단일 기준으로 표준화해온 반면 이 과정에서 반세계화 논란도 증폭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소위 월스트리트식 시장경제를 세계각국에 강요하고 이식해 왔던 미국형 시장경제의 확산운동은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데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는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테러사건과 신경제의 퇴조, 미국 증시의 침체등은 미국식 시장경제의 확산에 부정적 여건을 조성해놓는 것 또한 현실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극단적으로 추구되었던 월스트리트형 시장경제의 행로는 올 한해 우리경제에서도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의 균형감각 =우리의 선택이 문제다.
중국과의 관계도 심화 발전시켜야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과의 관계가 훼손될 수 없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찬사와 경탄의 이면에는 미국 일변도에 대한 반작용 심리도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균형감각있는 국제질서에의 동참이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이는 유럽에 대해서 더욱 그렇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 자료협조 : 삼성경제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