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니,여기 저기에서 금연(禁煙) 선언들을 듣게 된다. 오죽하면 담배 매출이 1월의 시작과 함께 뚝 떨어졌다가,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다시 오른다고 하지 않는가? 요즘 금연 선언한 사람들을 접하다 보면 한결같은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원래 비흡연자였던 사람들보다 오히려 훨씬 더 큰 목소리로 담배의 폐해를 부르짖는다는 것,그리고 누구보다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는 것 등등…. 좋아하고 깊이 정들었던 사람일수록 더 차가워져 있음을 보게 된다. 이런 경우가 어디 ''금연''뿐이겠는가? 밤새 고민하던 짝사랑의 대상을 다음날 아침 우연히 만났을 때도 그렇다. 애써 냉랭하게 대하거나,혹은 밤새 머리 싸매고 한 고민들이 지겨워져 정작 그 대상 앞에선 고개를 휙 돌려 외면하던 기억들이 새삼스럽다. 얼마 전 골프를 무척 좋아하는 분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모든 일의 서열 중 골프를 1순위로 여기는 분,앉으면 골프이야기,서면 스윙,채가 없으면 빈손으로라도 스윙 모션을 하는 ''골프 중독자''다. 겨울이 되자 필드를 멀리하면서 자신이 이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챙겨보던 텔레비전의 골프뉴스도,심지어 골프친구들과의 연락도 소원해졌다는 것이다. 그 분은 한 해 내내 푹 빠져 있다가 일시에 외면해버리게 된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새해가 시작되고부터 그래요.지난 일 년 골프에 바친 열정과 노력을 다시 기울일 생각을 하니 아찔해져서요.다시 시작할 엄두가 안 나니 외면하게 되는 것이겠죠" ''엄두가 안 나니 외면하게 되는 것'' 나 역시 바로 그 경우인 듯하다. ''시간만 나면 골프 연습하기''는 새해 시작과 함께 적어둔 목표 중 가장 다부진 목표였다. 그런데 지금 나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중이다. 연습할 시간으로 빼둔 시간에 일부러 다른 일을 벌이는 것과 열흘째 차에 싣고만 다니는 골프연습화가 그 증거다. 고영분 골프스카이닷컴 편집장 moon@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