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했던 엔화 약세가 재연되면서 원.엔 환율이 근 2년6개월 만에 9백88원으로 내려갔다. 8일 서울과 도쿄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과 엔.달러 환율은 각각 전날에 비해 7원50전,1.76엔 오른 1천3백9원50전, 1백32.48엔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은 전날보다 8원 가량 떨어진 9백88원을 기록, 지난 3일 1천원선이 깨진 뒤 닷새 만에 9백90원선도 무너졌다. 이는 지난 99년 7월 19일(9백76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엔화 환율이 급등한 것은 미국 정부가 엔저(低)를 용인하는 듯한 입장을 취한 데다 일본 재무성 차관이 "엔화 가치가 적절한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등 엔 약세를 유도하는 발언을 한데 영향받았다고 외환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엔 약세 여파로 이날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7원 높은 1천3백9원에 개장돼 마감 직전 1천3백11.7원까지 상승하는 등 오름세를 타다가 반락, 1천3백9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엔.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은행권의 달러 매수에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세 등이 원.달러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외환은행 딜링룸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 상승폭에 미치지 못해 원.엔 환율이 9백80원대로 하락했다"며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상승폭에 맞춰 나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더 오를 여지가 많다"고 전망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