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SK 현대자동차그룹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2일 오전 시무식을 갖고 2002년 경영목표 달성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날 시무식에서 발표된 대기업 회장과 최고경영자들의 신년사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재계가 임오년의 최대 화두로 '글로벌 경쟁력'을 설정한 배경에는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최고의 카드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동시에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시각에 힘이 더해지면서 그동안의 보수적인 경영패턴에서 벗어나 보다 공격적으로 전환할 필요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진단=지금의 경제여건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각은 여전히 불안하다. 삼성은 "올해 치르게 될 두번의 선거는 지역.이념.계층간 대립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여론에 영합하려는 무책임한 정치논리가 경제원칙을 훼손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손길승 SK 회장은 "세계 경제의 성장둔화와 일본의 장기침체.중국의 급성장 등 해외환경뿐 아니라 국내 환경이 기업경영에 매우 불리해 올해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임직원에게 분발을 당부했다. 포항제철도 아르헨티나발 남미 경제 불안, 미국 테러사태의 여진, 세계 철강업계의 통폐합 등으로 국내외 경기가 상당히 불안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기업의 경영전략=최근 몇년간 재계의 최대 관심사는 구조조정이었다. 작년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현금확보'라는 노골적인 목표를 신년사에 집어넣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 신년사에선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혁신과 변화'(삼성) '내실경영(LG.한화) '유연경영'(현대차)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들고나온 것은 구조조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는 자신감 아래 보다 적극적인 경영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절대 안전을 바탕으로 경쟁력 향상에 앞장서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고 조석래 효성 회장도 "책임경영 체제를 정착시키고 임직원 각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유상부 포철 회장은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설비 신증설 투자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며 에너지 등 미래 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용오 두산 회장은 신규시장 창출 핵심기술 양성 생산성 향상 최적의 사업 포트폴리오 운영을 위한 기회 포착 등 4대 전략과제를 제시했다 대(對) 중국사업 확대가 본격 거론된 것도 올해 신년사의 특징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중국 진출을 본격화 하는 데 힘쓰고 중국을 단지 경쟁자로만 보지 말고 함께 발전해 나갈 동반자로 인식해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는 "올해 중국 진출의 성과가 가시활될 수 있도록 각 사의 핵심 역량을 중국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환기에 좌표를 새롭게 설정한 기업들도 많았다. LG는 '1등 LG'를 부각시키고 있고 박정구 금호 회장은 '기업가치 극대화'를 제시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은 대한생명 인수를 염두에 둔 듯 "금융 유통 레저등의 부문에서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기르기 위한 사업구조 혁신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