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메리카 인디언의 한 부족인 샤스타족에 따르면 하늘 나라에 살던 '차레야'(Chareya, 천상의 노인)가 하늘에 구멍을 뚫고 얼음과 눈을 뿜어내 산처럼 쌓이게 한 뒤, 마침내 하늘까지 닿은 그 얼음과 눈의 산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와 세상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 얼음과 눈의 산은 구멍 사이로 비친 햇볕에 녹아 강과 바다, 호수를 이루었다. 차레야는 나무를 심고, 그 나뭇잎으로 새들을 만들어냈다. 아이를 업어 키우는 등 한민족과 여러 모로 생활습성이 닮은 아메리카 인디언의 창조설화는 하늘에서 백두산 정상에 내려왔던 단군신화의 환웅처럼 천상에서 강림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북아메리카 인디언의 창조설화는 사실 부족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 비슷한 점이 있다면 지구를 '어머니 대지'로 인격화해 살아 있는 실체로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풀과 나무는 이 어머니 여인의 머리카락이고 흙은 그녀의 살이며, 바위는 그녀의 뼈이고 바람은 그녀의 숨결이다. 우리로 치면 세상 모든 만물에는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 애니미즘적 사상을 바탕으로 한 샤머니즘을 닮은꼴로 칠 수 있지만, 이러한 '어머니 대지'의 사상은 오늘날 뒤늦게나마 환경의 소중함에 눈을 뜬 현대 인류에게 지극히 소중한 가르침을 준다. 인디언은 캐나다 북부에서부터 애리조나 사막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지역에서 나름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며 약 1만년으로 추정되는 긴 세월을 이어온 위대한 종족이다. 출판사 창해에서 출간한 「북아메리카 원주민」(원제 Native North America)은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와 고유 문화를 각 지역별로 짚어가면서, 통과의례와 치료의식 등 개인과 공동체의 제의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부족의 생활상과 문화유적 등에 관한 다양한 기록사진을 싣고 있으며 전통문화의 보존과 원주민 부흥운동, 생업 등 오늘날 인디언이 처해 있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도 다루고 있는 인디언에 대한 종합 보고서 형태를 띠고 있다. 창해에서 펴내고 있는 '살아있는 인류의 지혜'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저자는 미국 고고학회 아메리카 원주민 장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래리 J. 짐머맨(사우스 다코타 대학 인류학 석좌교수). 김동주 옮김. 200쪽. 2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김형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