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유통시장은 격변의 한해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에 이어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등 무점포가 대대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할인점이 백화점을 더욱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테이크아웃 여성 맞춤상품 헬스 주5일근무 명품 프랜차이즈 재미(fun) 등이 유통시장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 무점포 지난해 초고속 성장세를 보인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 무점포 유통업체들은 올해도 큰폭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쇼핑몰 업체들은 전자상거래 도입 초창기인 지난 97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누계로 흑자를 기록하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이미 삼성몰 LG이숍 등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하게 월간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농수산TV 등 신규채널이 잇달아 개국한 홈쇼핑업계는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LG홈쇼핑에 이어 올해는 CJ39쇼핑도 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전체 시장규모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 할인점 할인점은 올해도 돌풍을 지속해 그간 유통업의 대명사로 인식돼온 백화점마저 추월할 태세다. 올해 할인점 시장규모는 지난해보다 27%정도 성장해 16조9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는 18조1천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백화점 시장규모에 거의 육박하는 수준이다. 할인점매출은 내년에는 20조원을 넘어서 백화점을 앞지를 것이 확실시된다. 할인점 출점경쟁은 더욱 가속화돼 대형유통업체간 한판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15개 이상의 새 점포를 열어 선두자리를 굳힌다는 전략을 세웠다. 롯데도 마그넷부문 매출을 75%나 늘려잡았다. 토종업체에 밀려 체면을 구긴 외국계 할인점인 까르푸 홈플러스 월마트 등도 정면승부를 벼르고 있다. 3. 맞춤상품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나만의 것'을 찾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특정상품이나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려는 새로운 사고방식의 소비자들이 세를 넓혀가고 있다. 이들은 좀 비싸더라도 자신에게 맞은 제품이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유통업계엔 이미 제품의 사이즈 디자인소재를 고객요구에 맞춰주는 매장이 여럿 등장했다. 컴퓨터매장에서도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을 강화한 맞춤PC와 세컨드PC가 인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제품에다 자신만 알 수 있는 표식을 넣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기업들의 맞춤마케팅도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백화점업계는 고객 한사람 한사람의 성향을 분석해 소비를 유도하는 CRM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4. 테이크아웃 '일하면서 먹는다'.푸르덴셜생명보험 분당사무소에 근무하는 김종운씨(41)는 본의 아니게 패스트푸드 예찬론자가 됐다. 공인회계사로 번듯한 직장을 마다하고 라이프플래너의 길을 선택,하루 10명이상의 고객을 만나러 다니는 김씨는 점심 저녁을 한가롭게 먹을 시간이 없다. 햄버거와 샌드위치,그리고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의 테이크아웃용 커피 한잔이 그에겐 식사의 전부다. 식사장소는 널찍한 그의 자동차 뒷자리.테이크아웃 열풍은 2002년에도 식지 않고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먹거리에 대한 품위를 지키는 일이 거추장스러운 사람들이 '활동하면서 먹는' 문화를 확산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서울 반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의 '델리존'은 한·중·일식 등 4백여가지 메뉴를 즉석에서 조리,포장해 주는 곳.인근 직장인들과 아파트단지 신세대 주부들이 단골손님이 됐다. 5. 헬스 경기침체가 계속됐던 지난해 우리 사회 전반에 화두(話頭)로 떠올랐던 단어는 '건강'이었다.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관련산업의 팽창으로 이어졌다. 특히 건강보조식품은 대기업들까지 '돈되는 사업'으로 인식,속속 뛰어드는 추세다. 클로렐라 제품을 히트시켰던 대상에 이어 올해는 제일제당 등도 건강보조식품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조2천5백억원 규모를 형성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건강보조식품 시장규모는 올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지향형 상품들도 계속해서 인기를 끌 전망이다. 무점포 유통업체 최대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던 AB슬라이드 옥매트 등의 강세는 지난해 말까지 식지 않고 계속됐다. 6. 여성 여성은 21세기 마케팅의 절대 화두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여성은 소비성향과 구매력을 함께 갖춘 주요 소비주체로 떠올랐다. 미국의 경우 전체 소비재 구입의 80%가 여성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가전 자동차 부동산에서도 여성이 적극적인 구매주체가 된지 오래다. 국내 상황도 다를바 없다. 여성전용카드를 히트시킨 LG카드의 경우 여성회원이 남성회원을 웃돌며 1회 구매력도 여성이 남성을 앞질렀다. 인터넷 이용도 급증하면서 여성은 이제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주고객이 되고 있다. 미국의 유명 마케팅 컨설턴트 페이스 팝콘은 이같은 현상을 일컬어 '이브올루션(EVEolution)'이라고 했다. '여성(Eve)'이 막강한 소비세력으로 '진화(Evolution)'하고 있다는 의미다. 7. 주5일 근무 주5일 근무는 유통·서비스 업계에 분화와 통합을 촉진하는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5일 근무제는 지난해 하반기 노동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올 7월부터 2010년까지 단계적으로 사회 전 부문으로 확산시킨다는게 정부의 방침.완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는 아니지만 주5일 근무제가 노동시장의 대세가 돼 가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유통·서비스 업계는 이에따라 5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소비자들의 욕구를 소화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5일 근무가 일상화될 경우 소비문화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선 쇼핑 엔터테인먼트 레포츠 도박 외식 여행 등 업계에는 판도 변화와 복합 열풍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8. 명품 '명품'은 소비트렌드의 당당한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경기를 타지 않는 고소득층의 소비성향은 국내 명품시장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다.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수입명품도 소비계층이 중산층으로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명품족''명품계'등의 신조어가 계속 등장하는 것은 명품에 대한 욕구와 수요가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명품 판매는 가파른 상승세다. 9·11 미국 테러에도 불구하고 국내 명품시장은 아랑곳없는 성장세를 과시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 연간 명품 매출규모가 지난해보다 20%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명품의 인기는 소비자들이 '품질'이 아닌 '가치'를 구매하게 됐다는 의미.나아가 '브랜드 파워'가 더욱 막강해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9. 프랜차이즈 정부는 최근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4년까지 10만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를위해 올 상반기 27억원의 예산을 확보,프랜차이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IMF체제에 들어간 98년부터 본격적으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 프랜차이즈 시장이 올해부터 전성기를 향해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수익원을 찾는 대기업들이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에 가세,양적 팽창에 못지 않게 질적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2001년말 현재 프랜차이즈시장에는 2백50여개 업종,1천5백여개 회사(가맹본사)가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프랜차이즈 드라이브 정책이 빛을 발할 경우 임오년에는 프랜차이즈 시장 빅뱅이 기대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10. 재미 현대소비자들은 '즐거움'을 산다. 일과 저축보다 여가 및 오락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소비자들의 '필요'가 아니라 '욕망'을 자극해 지갑을 열게 만들어야 할 때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물론이거니와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품질에다 즐거움이란 요소를 첨가한 제품이 히트상품이 된다. 미국 부즈앨런&해밀턴컨설팅의 수석 컨설턴트인 마이클 J 울프는 이러한 경향을 '오락의 경제'라고 분류했다. 'E-요소'(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기업 경영과 생존에 필수조건이라는 뜻이다. 생활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