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상품도 세월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먹고 살기조차 힘들었던 1960년대 이전까지 공급자 우위시대에는 품질이 조악한 상품도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 나갔다. 하지만 소비자가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요즘은 웬만한 경쟁력을 갖춘 상품이 아니면 외면당하기 일쑤다. 해방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풍미했던 히트상품 목록에는 그 시대의 사회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볼 수 있다. 1897년에 나온 활명수는 국내 최초로 부채표라는 상표등록을 한 상품으로 반세기 이상 인기를 누린 장수 히트상품으로 꼽힌다. 1924년에 처음 출시된 두꺼비표 진로소주는 희수(喜壽)의 연륜을 자랑하며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약이나 술 외에 생활용품이 히트상품으로 떠오른건 50년대 접어들어서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치약인 럭키치약과 조미료의 보통명사로 통하는 미원도 50년대 탄생한 상품이다. 60년대에는 가전제품이 히트상품 역사에 일대 전기를 마련했다. 금성사(지금의 LG전자)가 라디오와 전화기, 흑백TV 등을 이 무렵 잇따라 생산해 히트상품으로 키워냈다. 70년대 본격적인 고성장 시대에는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생필품 위주의 히트상품들이 자동차와 기호품으로까지 확대됐다. 현대자동차가 만든 한국형 고유모델 포니가 75년 등장했다. '12시에 만나요'라는 광고카피로 유명한 아이스크림 부라보콘이 이 시대의 화제상품이었다. 80년대에는 경제개발의 열매가 확산되면서 상품 종류가 다양해졌다. 단순 소비재 외에도 금융상품 부동산 등이 히트상품 대열에 합류, 서비스 상품 시대를 열었다. 90년대에는 업체마다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려는 열기가 불을 뿜었다. 한국경제신문은 국내 언론사중 처음으로 지난 92년 소비자대상을 제정, 기업들의 히트상품 개발 노력에 힘을 보태 왔다. 상이 제정된 직후 곧바로 두각을 나타낸 제품중 하나가 하이트맥주. 하이트는 OB가 40여년간 장악해온 맥주시장에서 역전에 성공, 마케팅 사례연구 서적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 시장의 히트경쟁도 90년대의 대접전으로 꼽힌다. 98년에 예고없이 불어닥친 외환위기의 영향은 소비자대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신제품이 부각되기 보다는 오래전부터 친숙한 상품이나 양 많고 값싼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농심의 새우깡이나 해태제과의 맛동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0년간 소비자대상을 받은 상품들을 살펴보면 몇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건강을 지향하는 상품과 값이 비싸더라도 편의를 강조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경향은 소비자대상 첫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90년대 후반부터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급 주스와 우유, 삼성전자의 지펠 냉장고 등이 이런 경향을 대변해 주고 있다. 주부들은 지펠 냉장고를 '비싸지만 쓰기 편한 냉장고'라고 평가하고 있다. 심지어 주류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건강 지향성이 감지된다. 진로의 참진이슬로는 알코올 도수 22도로 순한 소주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이며 민속주 백세주도 약재성분이 들어가 단기간에 뜬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