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은 대립과 분열의 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언론이 정면 충돌했고,대형 의혹사건이 잇따라 터졌으며 남북관계도 냉기류가 형성됐다. 그만큼 여야간 공방은 치열했고 갈등의 골도 깊었다. 지난 한해 우리정치의 현주소를 대변하는 10가지 키워드를 선정,소개한다. ◇게이트=온갖 비리와 관련된 설이 난무하면서 '정현준 게이트''진승현 게이트''이용호 게이트' 등 수많은 '게이트'를 양산했다. 특히 이용호 게이트는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윤태식 게이트'가 새롭게 등장,이번에는 야당이 수세에 몰려 있다. 한마디로 게이트에서 시작,게이트로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쇄신(정풍)=민주당은 정풍파동 속에서 한 해를 보냈다.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퇴진요구로 시작된 쇄신파동은 5월 초·재선 주도의 정풍파동으로 번졌고 급기야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로 이어졌다. 이후 민주당은 본격적인 당쇄신 작업에 들어가 상향식 공천을 추진하는 등 새로운 정치실험에 나섰다. 이 같은 쇄신 움직임이 야당에도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제왕론=여야 가릴 것 없이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총재' 시비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각종 정책실패에 따른 민심이반 현상이 심해지자 민주당 내에선 대통령이 행정부뿐 아니라 당도 지배하는 정치현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며 당권·대권 분리론이 급부상했다. 한나라당에서도 공천권을 빌미로 총재 1인이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한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포퓰리즘=지난 5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에 임명된 김만제 의원은 취임초부터 거침없는 발언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특히 현정부의 각종 사회·복지정책을 '대중 선동주의'로 규정,'포퓰리즘'이란 단어를 유행어로 만들었다. 그러나 불꽃같은 논쟁의 중심에 섰던 그도 7개월여 만인 지난 24일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언론 길들이기=23개 주요 언론사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실시를 놓고 여야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정당한 세무행정'과 '언론 길들이기'로 팽팽히 맞섰다. 특히 박지원 전 청와대정책기획수석과 안정남 전 국세청장은 야당으로부터 '세무조사'의 주역으로 지목돼 집중포화를 받은 끝에 낙마했다. 야당 역시 세무정국을 빌미로 정쟁에 주력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던 한 해였다. ◇'거야'=지난 9월3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임동원 당시 통일부장관 해임안 처리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갈라섰다. 한나라당은 곧바로 '원내1당'에서 '거야'로 올라섰다. 한나라당은 이어 10·25 재보선에서 완승하며 '거야'의 위력을 더해갔다. 그러나 잇따른 정책결정 혼선으로 그 위력은 퇴색되는 상황이다. ◇캐스팅보트=자민련의 생존전략이다. 15∼17석에 불과한 자민련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를 줄타기하며 정국을 쥐락펴락했다. 자민련의 반대로 신승남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안 처리가 무산된 게 대표적인 예다. ◇퍼주기=현 정권의 햇볕정책을 겨냥한 야당의 반박논리였다. 침체된 경제상황과 맞물려 일정 부분 설득력을 발휘한 것도 사실이다. 대북전력지원사업은 퍼주기 시비에 휘말려 좌절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주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야당의 법인세 인하주장은 대선을 겨냥한 세금퍼주기"라며 역공을 가해 눈길을 끌었다. ◇탄핵(해임)=여소야대 정국을 반영하듯 올해는 유난히 탄핵(해임)시비가 잦았다. 이한동 총리를 비롯해 상당수 장관들이 야당의 해임공세에 곤욕을 치러야 했으며 급기야 대통령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정계개편=현 정치구도가 내년 대선까지 유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개혁신당설에서 영남신당 태동설,3김연대설,야당 분열설 등 각종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상황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줄타기 행보,야당내 개혁파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