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2002~2006년) 범부처적인 정부의 과학기술 발전목표와 추진전략을 제시한 과학기술기본계획이 확정됐다. 정부는 이 기간 35조원에 달하는 투자목표를 세웠고 그 중 약 13조원은 정보기술(IT) 생명기술(NT) 등 이른바 '6T 신기술산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추진전략으로는 분산형 연구개발에서 선택과 집중으로,공급중심에서 투자의 효율성 확대로,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국내 완결형에서 글로벌 네트워킹으로 전환한다는 것이고,이를 통해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국가적 경영체제를 구축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 같은 투자목표나 전략 및 방향을 감안하면 이번 계획은 매우 적극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과거의 예로 미뤄볼 때 이번 기본계획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자면 반드시 풀어나가야 할 외부적 과제가 만만치 않다. 사실 이번에 발표된 것은 지난해 1월 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른 제1차 법정계획이다. 하지만 그전에도 유사한 계획이 있었다. 멀리갈 것도 없이 문민정부 시절 제정된 과학기술혁신특볍법에 따른 과학기술혁신 5개년계획(1998~2002년)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수명을 다하지 못한 계획이 돼버렸다. 이로 인해 이번 기본계획은 무엇보다 과학기술혁신 5개년계획에 대한 평가나 반성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는 무슨 이유에서든 과학기술계획이 또 다시 뒤틀리거나 변질되는 수모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2차,3차로 '일관되게' 이어지면서 '분명한 평가'를 받아야 하고,'예측가능'한 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외부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은 또 있다. 지금까지의 과학기술계획이 대부분 그랬지만 이번 기본계획도 '내부지향적'이고 '고립적'이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경제환경 자체가 혁신친화적이지 않으면 어떤 과학기술계획도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비롯 국제기관들의 공통된 지적사항이기도 한 이것은 달리 표현하면 과학기술의 내부적 측면에만 아무리 주목해 잘해 본들 국지적 최적화(local optimum)조차 이루기 어렵다는 얘기다. 각종 규제로 기업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면 민간주도는 허울일 뿐이고,이런 상황에선 정부가 아무리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하고 좋은 전략을 내세워도 될 일이 아니다. 이번 계획의 성과를 가를 또 하나의 변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