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김 살해사건"의 주범으로 확인된 남편 윤태식씨가 정치권의 지원 아래 벤처사업을 확장했다는 의혹을 검찰이 포착,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3부(차동민 부장)는 19일 수지 김 피살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윤씨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벤처기업 P사 주식으로 정치권과 언론계 등에 로비를 한 혐의를 잡고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98년 9월 생체인증 보안솔루션업체인 P사를 설립한 윤씨는 수지 김 피살사건 이후 자신을 비호해온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물론 정치인 등에 로비의 손길을 뻗친 것으로 알려져 진승현 게이트와 함께 또 하나의 대형 의혹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누가 로비받았나=검찰 관계자는 이날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이 P사와 윤씨를 증권거래법 위반 및 주금가장납입 등의 혐의로 고발을 해와 수사에 착수했다"며 "윤씨가 주식으로 로비를 했다는 첩보도 있어서 계좌추적작업과 함께 주주명부와 회사 자료를 입수,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H의원,K 전 의원,민주당 L,S 전 의원과 장관을 역임한 B씨 등이 로비에 연관된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정원과 언론=검찰은 정계 인사들 외에도 수지 김 사건으로 윤씨와 인연을 맺고 지난 87년부터 관리해온 국정원 관계자들도 수사선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최근 수지 김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법정에서 "P사와 관련해 언론에 노출될 때면 국정원 관계자들이 전화를 걸거나 찾아와 종종 주의를 주곤 했다"는 진술을 했다. 검찰은 또 지난 99년 윤씨가 P사의 생체인증 기술에 대한 시연회를 국정원에서 갖게 된 배경도 수사를 하고 있다. 당시 이 시연회에는 L전 원장까지 참여해 윤씨를 격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모 일간지 사주의 인척이 P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발견,정상적인 매매를 통해 주식을 보유하게 됐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윤씨는 누구?=윤씨는 지난 98년 보안솔루션 회사를 설립한 이후 일약 업계의 총아로 떠오른 벤처1세대의 대표주자였다. 그러나 정보통신.보안분야와는 동떨어진 그의 경력과 사기.폭력 등 범죄전력 등으로 인해 그의 벤처 성공신화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P사의 주식 50%가량을 소유한 윤씨는 산하 기술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회사 경영에도 간접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주식은 한때 장외시장에서 최고 80만원까지 치솟았으며 지난 7월에는 미국 유수 회사를 전격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윤씨는 지난달 13일 수지 김 사건과 관련해 1987년 홍콩에서 자신의 부인인 수지 김(본명 김옥분)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서욱진.정대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