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랜(무선 근거리통신망)이 내년 세계 IT(정보기술)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통신 속도는 유선 인터넷과 거의 같은 수준이면서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한 무선랜 기술이 급속도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추계 컴덱스에서도 무선 랜의 인기는 대단했다. 작년의 블루투스 열풍을 잠재우며 '무선 랜이야말로 4세대 통신 기술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을 정도였다. 그 무선랜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대중화되고 전국을 커버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서비스 업체마다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잡고 있는 만큼 IT경기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 전국 무선랜 시대 개막 =KT와 하나로통신은 내년에 각각 전국 1만곳으로 무선랜 서비스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두 사업자 모두 공항 역사 호텔 대학 카페 등 유동 인구가 많은 핫스폿(hot spot·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김찬원 하나로통신 무선랜TFT 팀장은 "전국 1만개소만 해도 웬만한 핫스폿은 거의 다 포괄하게 된다"며 "전국 주요 도심지에서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전국 무선랜 시대가 개막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KT는 2003년에도 1만개소의 신규 서비스지역을 만들어 총 2만개 지역을 커버한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일반 가정내 무선랜 서비스도 실시, 내년에 10만 가구에 무선랜을 설치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또 집 안팎에서 쓸 수 있는 통합 모뎀이 나오면 하나의 ID로 가정내는 물론 외부 도심지에서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서비스할 계획이다. 가정 무선랜 서비스는 하나로통신도 추진중이다. ◇ 세계적으로 앞선 서비스 =지금까지 무선랜은 대학 병원 유통업체 등이 자체적으로 설치, 이용해 왔다. 대학 캠퍼스 밖으로 나가면 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KT 등 통신사업자들이 제공하는 무선랜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다. 전국 곳곳에 무선랜 장비를 설치하고 어디서든 한 개의 ID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이는 기존 무선랜 규격인 802.11b에 보안과 인증 기능이 보강된 802.1x 규격이 개발됐기 때문에 가능하다. 물론 세계 어느 나라든 이 기술을 이용하면 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상용화 대중화되는 것이다. '움직이는 인터넷'이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보급돼 '초고속 강국'의 자존심을 지켜 나갈 전망이다. ◇ IT경기 활성화의 모멘텀 =국내 대형 통신사업자들은 내년에도 투자를 올해보다 크게 늘리지 않을 방침이다.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통신업체가 많지만 대폭적인 투자 확대에는 인색한 상황이다. 그러나 무선 랜에 대한 투자만큼은 가히 '대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사업자들의 투자 계획대로라면 올해 2백억원 규모의 무선랜 장비시장은 내년에 2천억원대로 10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 IT산업의 투자 규모는 크게 늘지 않더라도 무선랜 시장 같은 이머징 마켓에 대대적인 투자가 진행되면 향후 경기 활성화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5개 사업자들이 뛰어드는 만큼 중복투자 논란이 일어날 것"이라면서도 "내년 IT경기 진작을 위해 어느 정도의 중복투자는 용인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이동통신시장 넘보는 솔루션 =현재 서비스중인 cdma2000 1x 이동통신은 최대 속도가 1백44Kbps다. 내년초 상용화될 1x EV-DO(Evolution Data Only) 기술은 2.4Mbps까지 나온다. 이에 비해 무선 랜은 무선 구간의 경우 11Mbps,AP에서 서버까지 연결되는 유선 구간에서는 최소 2Mbps가 보장된다. 또 요금은 무선 랜의 경우 시간당 몇천원, 월정액 몇만원선이 될 전망이지만 1x나 1x EV-DO는 이보다 훨씬 높은 요금이 나온다. 속도와 요금 면에서 유리한 무선랜에 향후 이동성까지 보강되면 첨단 이동통신 기술을 위협하는 솔루션이 될 전망이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