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상 미래에셋투신운용 대표는 내년 1.4분기가 투자자들이 주식 간접상품에 가입해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 대표가 예상하는 내년 주식시장은 수출부문에서 가시적인 회복신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3.4분기에 고점에 도달할 것이고 따라서 내년 상반기가 투자 적기가 된다는 얘기다. 그는 주식시장의 수급변화에 주목한다. 내년 초부터는 국내 기관과 개인 사이에 상당한 주식 수요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회복의 정도는 완만하겠지만 경기는 사이클 상 이미 바닥을 확인한 터다. 그가 지난 99년의 "미래에셋 신화"를 조심스럽게 떠올려 보는 이유다. -내년 시장을 낙관하는 이유는. "수급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단기간에 외국인 순매수가 급증했고 시가총액의 38%가 이미 외국인 수중에 들어가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외국인에게 주식시장이 완전 개방된 이후 늘 있어 왔고 결과는 항상 정반대였다. 다음은 내국인인데 내년 초 주식 쪽으로 자금 집행을 약속해 둔 기관투자가가 많다. 이미 자산배분은 채권보다 주식에 무게중심이 가 있다. 주식이 매력적인 이유는 시가총액 상위 1백개 종목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년 연속 시장금리(3년 만기 회사채 기준)를 웃도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외국인의 매집으로 우량주의 물량도 오히려 2년 전 대세 상승기보다 더 많이 잠겨 있다. 대형주가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기업의 펀더멘털 아닌가. "올해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한국 기업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실적을 올렸다. 매출 증가가 미미한 가운데에서도 수익성 개선의 폭이 컸다는 것은 기업의 체질 변화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PCB(인쇄회로기판)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D램 등의 경기가 최악의 국면에서 탈출하고 있는 것은 한국경제의 주력인 기술주의 전망을 한층 밝게 한다. 기업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작년 2조4천억원대였던 자사주 매입은 올해 3조9천억원으로 증가했다. 내년에는 더 늘어 주식의 수급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회복과 함께 기업의 현금흐름은 더욱 좋아지는 반면 유상증자나 설비투자는 좀 더 늦출 가능성이 높아 기업들이 주가관리에 쓸 여력이 커질 것이다" -내년 주가의 고점을 3·4분기로 전망하는 이유는. "주가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관건은 수출이다. 한국 수출의 45%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의 경기가 내년 2·4분기에 회복국면에 진입한다고 볼 때 한국의 수출은 약간 후행해서 회복 사인을 보낼 것이다. 더구나 올해 7월부터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 20%대로 급락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내년 3·4분기는 수출통계가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크게 좋아지는 베이스(base)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불안요인은 없나. "엔화 약세가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한국의 수출과 직접 연관된 변수이기 때문에 간과해선 안된다. 최근 급등한 시중금리도 안정을 되찾는 시점이 지연될 경우 기업의 금융비용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시장 심리측면에서도 국내 투자자는 경기회복에 편승해 성급한 수직 상승장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부채비율이 낮아졌는데 이는 경기 회복기에 기업의 레버리지 효과를 감소시킬 것이다. 완만한 계단식 상승을 염두에 두고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관심을 두고 있는 종목은. "결국 한국시장의 모멘텀은 반도체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포철 등 소재 업종도 올해 공급이 줄면서 내년부터는 수익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본다. 은행주와 LG홈쇼핑 등 내수 관련주도 눈여겨 보고 있다. 내년에 경기회복이 시작될 것이라는 점에서 경기민감주에 무게비중을 두고 있지만 내수주도 업종 대표성과 성장성 측면에서 선별해서 바라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무차별적인 대세상승이라는 개념을 종목별 또는 최소한의 업종 범위에 국한한 강세장 개념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런 기준이라면 신세계 LG홈쇼핑 등 내수 성장주는 이미 강세국면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글=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