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들이 내년 투자를 위해 활발하게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다. 증시가 회복되는 등 주변여건이 좋아진데다 경기도 바닥을 다졌다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대해 왔던 투자적기가 온 것으로 판단한 벤처캐피털들이 많아졌다. 여기에다 그동안 벤처투자를 외면해 왔던 다른 금융기관이나 기업 및 일반 개인들도 슬슬 벤처펀드 출자에 나서는 등 벤처캐피털을 둘러싼 기류가 서서히 온기를 되찾는 모습이다. 지난주 'IT투자전문조합' 결성을 마무리한 한국기술투자의 경우 당초 1백25억원을 목표했으나 초과출자 덕분에 펀드규모를 1백38억원으로 키웠다. 이 펀드는 정보통신부가 50억원, 한국기술투자가 14억원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일반 모집했는데 결과가 예상외로 좋았던 것이다. 8개 법인이 30억5천만원을 대고 개인 54명이 38억4천만원을 출자했다. KTB네트워크도 최근 2백50억원을 목표로 했던 'IT전문 KTB투자조합'을 3백63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이 펀드도 개인들과 법인들로부터 2백20억원을 유치했다. KTB네트워크 권오용 상무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마땅한 투자수단이 없는데다 직접투자보다는 투자전문기관을 통한 간접투자가 보다 안정적인 투자수단이라는 공감대가 일반인들 사이에 형성돼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년 1.4분기 50억원, 2.4분기 80억원, 3.4분기 3백60억원의 펀드를 결성했던 산은캐피탈은 4.4분기에만 9백25억원의 투자조합을 결성할 예정이다. 이에따라 이 회사의 올해 펀드결성 규모는 지난해 3백98억원의 4배 가까운 1천4백15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들 대형 벤처캐피털 외에 다른 창투사들도 속속 펀드결성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달중 결성된 벤처투자조합은 한솔아이벤처스 1백30억원 아이퍼시픽파트너스 1백25억원 와이비파트너스 1백25억원 등 10건 1천6억원에 달했다. 10월의 4건, 7백34억원에 비해 37% 늘어난 금액이자 하반기들어 처음으로 월별 벤처펀드 결성 금액이 1천억원을 넘어섰다. 뿐만 아니라 12월중엔 올들어서 가장 많은 규모로 벤처투자조합이 결성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벤처캐피털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이달중 결성될 펀드는 모두 24개로 그 규모는 2천억원 가량에 이른다. 물론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중기청 등 정부부처의 출자가 연말로 몰린데다 국민연금의 벤처펀드 출자(1천억원 규모)가 맞물린데 따른 현상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이런 출자 바람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창투사는 내년 펀드결성 규모를 올해 이상으로 늘려 잡고 있다. 이같은 벤처투자조합 결성 열기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인규 무한기술투자 사장은 "내년을 투자적기로 판단하고 투자재원 조성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지금 투자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고 벤처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는 벤처캐피털은 앞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지 모른다"(벤처캐피털협회 이부호 이사)는 인식도 적지 않은게 현실이다. 또 벤처거품도 이제 빠질만큼 빠졌다는게 벤처캐피털업계의 진단이다. 벤처기업중 다소 우량한 기업들은 요즘 액면가의 5~7배수 정도로 투자를 받고 있다. 벤처버블이 극에 달했던 99년~2000년 당시의 20~30배에 비하면 4분의 1 내지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심지어 투자배수가 10분의 1로 낮아지더라도 투자만 받으면 좋다는 벤처기업들도 많다. 벤처캐피털 입장에선 보다 많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된 것이다. 문제는 사냥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냥감'을 얼마나 잘 고르느냐는 것이지만 아무튼 벤처캐피털들이 실탄을 본격적으로 쏘기에 적합한 상황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