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시아 주요기업들이 채권 발행에 잇따라 나서면서 채권시장이 활황세를 타고 있다. 싱가포르텔레콤,홍콩의 PCCW 등은 채권발행을 통해 수십억달러를 조달했다. 하지만 이같은 채권수요 급증은 금융시스템에 건전한 신호는 아니다. 이는 부실채권에 시달려 온 은행들이 본연의 기능인 자금대출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자금이동에 왜곡이 생긴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은행들은 안전한 투자처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자금이 우량기업에만 몰렸다. 하지만 우량기업들은 은행대출대신 조건이 훨씬 유리한 채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했다. 우량기업의 대출수요 부진,은행들의 리스크 기피 현상속에 기업의 신규 설비투자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대부분 아시아 지역의 기업여신은 크게 위축됐다. 지난 7월말 현재 동남아시아 기업여신 총규모는 태국이 바트화 평가절하를 통해 아시아 금융위기에 불을 댕기기 한달 전인 97년 6월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소재 바클레이캐피털의 신용리서치 담당 애널리스트인 앨런 그린은 "아시아 채권가격이 안전한 투자처를 쫓는 자금때문에 왜곡됐다"며 "한동안 이상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