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002년 새해의 화두는 단연 '선거'다. 6개월 후에는 지방선거가 있고, 1년 후에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모든 것이 '정치'에 함몰될 수밖에 없는 한해다. 대권을 향한 '용'들의 전쟁은 이미 불을 뿜기 시작했고, 도지사와 시장 자리를 노리는 정치지망생들의 줄대기 경쟁도 한창이다. 대통령 후보는 4천억원, 도지사 후보는 40억원 이상을 동원해야 당선을 기대할수 있다는 이른바 '4당3락'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내년중 '조 단위'의 선거자금이 뿌려질 것이란 얘기다. 경제가 아직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지금 국민들은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이같은 정치관행을 불안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싸움에 국력을 소진할 경우 경제.민생이 실종되면서 '제2의 외환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벌써부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선거를 의식한 여야간 기싸움이 계속되면서 내년 예산안은 처리시한을 넘겼고 민생법안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노조의 반발로 철도 가스 주택 등 공공부문 개혁이 원점을 맴돌고 있으나, 정치권은 이익단체들의 눈치만 보는데 급급해 오히려 집단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얼마전 일부 양곡유통위원들이 추곡수매가 인하건의가 묵살되자 사의를 표명한 것도 농업문제가 정치논리에 휘둘린데 대한 항의표시에 다름아니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각종 규제로 곤욕을 치러온 대기업들은 예정된 정치인들의 '손내밀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이 태산 같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여야의 차기 대통령후보가 결정되면 기업들에 협조를 요청해 올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빅딜(사업맞교환) 신드롬'을 호소하는 기업인들도 있다. 자칫 줄을 잘못 섰다가는 기업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의 표출이다. 5공화국 시절 국제그룹이 집권층에 밉보여 파산의 길을 걸었고, 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애써 키워온 사업을 빅딜로 넘겨야 했던 기업이 적지 않았다. 정치는 그동안 경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걸림돌이었던게 분명하다. 특히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 대통령 레임덕 현상과 함께 '고비용 저효율' 현상이 사회전반에 만연하는 악순환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념 경제부총리의 불만도 경제위기에 대한 자기 방어만은 아니다. 이현재 전 국무총리는 "기업개혁에 앞서 정치를 먼저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고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도 돈 안드는 선거와 정치체제 구축 정책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당기능 개편 등을 과제로 꼽았다. 정치가 후진적 구조를 벗어나야 경제도 잘 흘러갈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대선을 1년 앞두고 '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는 주제로 연중 캠페인에 나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 ----------------------------------------------------------------- [ 특별취재팀 ] 김영규 정치부장(팀장) 김영근 차장 김형배 이재창 홍영식 김병일 정태웅 김동욱 윤기동(정치부) 이학영 차장 오형규(경제부) 손희식 이심기(산업부) 김호영(건설부동산부) 강현철(기획부) 서화동(문화부) 김도경(사회부) 김현석 기자(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