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영화 '화산고'(김태균 감독)는 '거대한 농담'이다. 가상의 고교교정을 무대로 동양의 무술이 할리우드적 액션으로 분출하는 팬터지의 세계를 그린다. 학원은 무림(武林)이며 학생들은 저마다 무예의 고수들이다. 분필이 총알처럼 날고,선생과 학생들이 공중에서 기(氣)싸움을 벌인다. 탁월한 공력으로 무림천하를 평정한 주인공 김경수 역의 장혁(25). 8일 관객의 심판을 앞둔 그의 얼굴에는 불안과 기대가 교차했다. "줄을 타고 공중을 나는 와이어액션이 엄청나게 어려웠어요.한명이 날 때 8명이 피아노줄을 잡아당겨야 했습니다.한 번의 촬영시도로는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없었죠" 장혁은 줄에 매달린 채 수직이동뿐 아니라 수평이동 액션을 반복된 연기로 소화해 냈다. 한 컷을 찍기 위해 몇시간을 공중에서 보내기도 했고 마지막의 대격투장면에선 대여섯번이나 넘어졌다. 때론 카메라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히기도 했다. "제가 맡은 김경수 역은 만화주인공처럼 극단적인 성격의 캐릭터죠.과장되게 웃거나 폭발적인 행동을 합니다.슈퍼맨처럼 바보스러움과 멋스러움을 동시에 갖고 있지요" 그는 갸웃한 고개,졸린 듯한 눈매로 한없이 순진무구해 보이다가도 막다른 상황에서 미간을 모으고 눈을 치뜨면 살기가 번뜩인다. 검도부 주장 유채이(신민아)를 사이에 두고 역도부주장 장량과 대결하는 장면에서 이런 양극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그는 장량으로부터 호되게 당하면서도 천진난만한 질문을 던지거나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보이기도 한다. "촬영기간중 매일 편집실에 들러 오버액션의 수위를 조절했습니다.극단적인 캐릭터지만 어느 정도 일관성을 갖춰야 하니까요.감독과 상의하며 상황에 따른 성격 패턴을 A,B,C안(案)등으로 마련해 두고 연기했습니다" 그는 극중에서 8번 퇴학당한 끝에 화산고에 전학 왔기 때문에 '참을 인(忍)'을 화두로 생활한다. 하지만 럭비부 검도부 유도부 등의 스카우트전에 휘말리고,급기야 학생 진압을 위해 초빙된 선생과 격돌한다. 장혁은 TV드라마 '왕룽의 대지'로 스타덤에 오른 연기자. 중고교시절 체조부와 육상부에서 선수생활을 해 몸을 단련했지만 고난도 액션을 위해 촬영 전 3개월간 혹독한 무술수업을 받았다. '짱' '공중화장실' 등 영화에 출연했으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고 세번째 출연작인 '화산고'로 승부수를 던졌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 '화산고' 내용 ] 화산고에는 무림비서 "사비망록"을 얻는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교장 장오자는 사비망록으로 대환란을 잠재웠다는 전설의 주인공. 그러나 교감 장학사의 간계로 교장은 치명상을 입고 화산고를 평정했던 송학림도 감옥에 간다. 그 틈에 역도부 주장 장량이 화산고 1인자를 노린다. 그러나 장량은 장학사가 불러들인 "학원5인방"으로 불리는 선생들에 의해 무너진다. 마침내 전학온 학생 김경수가 학원5인방에 대적하면서 학생들간 싸움이 학생과 선생의 대결구도로 바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