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주요 정책 현안을 놓고 뚜렷한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자 거야(巨野)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교원정년을 62세에서 63세로 연장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원법 개정안 처리에 대한 '말바꾸기' 행태. 권철현 대변인과 이재오 총무는 그동안 "당내 교차투표 요구가 대세를 이룰 경우 수용할 수도 있지만 이번 회기 내 처리는 불변"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3일 총재단 회의 및 의원총회에서 "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워 기존 방침을 철회했다. 이와 관련,당 안팎에서는 "치고 빠지기식 임기응변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학부모는 물론 교원들조차 정년 연장에 반대하고 있는데다 개혁파 의원을 중심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자 입장을 급선회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방송위원 추천방식 변경을 골자로 한 '방송법개정안' 처리를 놓고도 '갈팡질팡'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당초 방송위원 중 대통령 추천 몫을 배제하고 국회의석 비율대로 정당에서 추천키로 한 자민련 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2일 돌연 방송위원 추천방식을 현행대로 유지키로 당론을 변경했다. 국회 예결위 소위구성 문제를 놓고도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원내 1당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당 소속 의원이 민주당보다 1명 많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이재오 총무는 이날 "민주당과 한나라당 각 5명,자민련 1명을 배분키로 했다"며 민주당 요구를 전격 수용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측은 "여론을 감안해 정책을 신중하게 처리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내 1당이 제멋대로 하고 있다"(자민련 정우택 정책위의장),"원내 1당의 위상이 말이 아니다"(한나라당 관계자)는 비난의 목소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