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기업 CEO(최고경영자)라면 구조조정 문제로 애를 태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경기 불황에 대처하고 경쟁력을 높이려면 직원 일부를 내보내야 하는데 당사자의 반발이 심한데다 퇴사후 회사를 비방하고 다니지나 않을지도 걱정이다. 그렇다고 인력조정을 실시하지 않기엔 회사 사정이 어렵고... 이런 까닭에 외국의 선진업체들은 대부분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퇴직전 대상자들을 상대로 새 일자리를 찾을수 있도록 돕는게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이다. 국내에서도 구조조정이 상시화되면서 최근 이런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전략적 퇴직지원 프로그램은 퇴직자를 회사의 우군(友軍)으로 만듦으로써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인력회사인 한경디스코와 인재 컨설팅업체인 한국알앤씨(R&C)는 기업들의 퇴직자 지원 프로그램을 대행해 주고 있다. 한경디스코와 한국알앤씨의 퇴직지원 프로그램은 5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단계는 해당 기업의 내외부 경영환경과 기업전략을 바탕으로 퇴직대상자 선정,평가의 공정성과 유연성 확보방법 등을 컨설팅해 준다. 이렇게 프로그램 전체 윤곽이 짜여지면 다음은 구체적인 액션 플랜(행동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실무부서와 세부실행계획을 협의하고 퇴직희망자 지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퇴직신청자 대상의 상담을 실시한다. 세번째는 세부실행계획을 촉진하는 단계다. 전체 직원을 기업에 꼭 필요한 인재, 직무전환, 팀 전환, 퇴직대상으로 각각 분류해 퇴직대상자에게는 진로상담, 부부상담, 캐리어 플래닝(경력관리) 지원, 공동창업 유도, 재테크 노하우, 자격증 취득방법, 노후설계와 창업 정보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번째는 퇴직대상자들의 퇴직이 실제로 이뤄지는 단계로 진출분야 컨설팅, 교육훈련 등이 실시된다. 퇴직자 개인별로 퇴직후 인생설계나 의욕 등을 감안해 진로상담이 이뤄진다. 마지막으론 퇴직이 완전히 끝난 후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퇴직자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았는지를 점검해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지원해 주는 단계다. 이런 퇴직지원 프로그램은 회사에 남아 있는 직원들의 업무 의욕 고취에도 크게 기여한다. 조직에 남아 있는 구성원들에게 퇴직한 선배는 미래의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국IBM이나 SK텔레콤, 한국통신,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은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해 성과를 거뒀다. 한국알앤씨의 김승주 사장은 "진로상담과 노후안정설계, 창업 등 14가지 항목을 결합해 퇴직자들이 단시일내 자리를 잡을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전직지원장려금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퇴직자 관리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02)364-9999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