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7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신원은 3년여만인 지난 8월3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자율추진 기업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상주했던 채권은행 관계자들은 워크아웃 졸업을 전제로 2명만 남고 모두 회사를 떠났다. 신원은 내년 2월 워크아웃에서 졸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신원이 단기간에 정상화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한 결과다. 박성철 회장(61)은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회사만은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뼈를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우선 2천1백여명에 달하던 직원을 9백여명으로 줄이고 경쟁력이 없는 브랜드도 모두 없애 13개나 되던 브랜드를 5개로 축소했다. 신원종합개발을 비롯해 25개사에 달했던 계열사도 신원 하나만 남겼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원 지분(22.64%) 전부도 회사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지금은 오너가 아니라 전문경영인으로 신원의 회장 자리를 맡고 있다. "워크아웃에 들어갈 때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신원만 살리면 다른 것은 모두 포기해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회장은 "팔과 다리가 손상되더라도 심장만 괜찮다면 살 수 있다"는 각오로 신원 살리는데 혼신을 다했다며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따라준 직원들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신원은 박 회장의 독려 속에 한명의 직원이 생산과 관리,판매를 도맡는 1인 3역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효율 극대화를 추구해왔다. 또 경기침체로 국내 의류업계가 불황을 겪자 수출을 더욱 강화해 나갔다. 과테말라,중국 칭따오(靑島),인도네시아 등 3개 해외법인과 90개의 생산기지를 통해 연간 2억4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이는 총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규모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어우러진 결과 신원의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결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에 비해 각각 24%,67% 늘어난 5천2백29억원과 3백63억원으로 워크아웃 기업 가운데 최상위 그룹에 속하는 성장세를 나타냈다. 올 1~3분기에도 영업이익 3백29억원,순이익 1백25억원을 올려 작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은 1백14%,순이익 8백58% 증가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이는 3.4분기까지 12월 결산 상장사 4백42개사 가운데 순이익 증가율 7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올해 회생 기반을 다진 신원은 이제 "전문화"로 승부를 낼 방침이다. 수출과 내수(패션),유통 등 3대 핵심 업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 일류기업들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세계적 브랜드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무쿼터시대에 대비해 인건비와 원자재가 싼 나라를 발굴,생산기지를 만들어 수출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기로 했다. 내수부문에서는 주5일 근무제를 겨냥해 캐주얼 의류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중소도시에 있는 의류전문 판매점도 더 확장하고 보강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떠난다고 하니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론 해방감으로 나태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워크아웃 때보다 더욱 긴장된 마음으로 경영에 집중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