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인 탐구]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 새 비전.CI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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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대형생명보험사의 최고경영자로선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 출신으로 회사 창립자인 부친의 뜻을 받들어 기업 경영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이같은 독특한 배경 못지 않게 경영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교보생명의 새 비전 및 CI(기업이미지)를 선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상초유의 초저금리시대가 찾아오고 은행권의 방카슈랑스(은행점포에서의 보험 판매) 진출이 가시화되는 등 안팎의 여건이 급변하는 가운데 교보가 선택한 새로운 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생보업계의 관심이 신 회장의 선택에 모아지고 있다.
지난1일 서울 메리어트호텔.
교보생명의 새 비전 및 CI 선포식이 열리고 있었다.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48)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생각을 격려사 형식으로 밝혔다.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급격한 변혁기를 거치며 수많은 상대들과 생존을 위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격려사를 통해 신 회장은 비전을 만들게 된 배경과 그 의미를 자세히 전했다.
전 조직원의 합심단결을 강조하던 신 회장은 갑자기 유명한 개그맨의 얼굴을 그린 종이 가면을 꺼내들고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서너 걸음 옆으로 자리를 옮겨 코믹한 액션을 연출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돌출 행동이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교보인의 눈은 회장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집중됐다.
신 회장은 이 때를 놓칠세라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얘기를 강한 톤으로 쏟아냈다.
"비전과 CI가 새롭게 정해졌다고 우리 회사가 갑자기 더 좋은 회사로 바뀌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얼굴만 바꾼다고 자신이 개그맨이 될 수 없듯이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실천해야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전달한 것이다.
신 회장은 경영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임직원에게 전할 때는 이렇듯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조직이 클수록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여겨서다.
교보생명 창립자인 신용호 명예회장의 장남인 신 회장이 이 회사 경영에 직접 뛰어든 것은 작년 4월.
취임 직후 그는 경영학 공부와 함께 임직원과의 대화 창구를 구축하는데 힘썼다.
먼저 조직의 허리 역할을 하는 과장급들을 만났다.
그러나 그들은 좀체 말문을 열지 않았다.
신 회장은 그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그들의 말에 귀를 귀울였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임직원의 다양한 불만을 알 수 있었다.
"기업내의 커뮤니케이션은 의사의 청진기와 같습니다. 청진기 없이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없듯 임직원과 대화 없이 경영자가 어떻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겠습니까"
신 회장은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이 보낸 e메일을 확인하고 온라인 토론방에 들러 직원들과 의견을 주고 받는다.
최근에는 '회장 잔소리코너'를 만들어 사내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올리고 있다.
매주 수요일이면 사내 방송의 'CEO 초대석'에 출연해 경영 현안을 직접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구축한 후 신 회장이 임직원에게 집요하게 요구하는게 하나 있다.
다름아닌 '정도 경영'이다.
경쟁이 치열한 영업일선에서 빚어질 수 있는 '편법'을 없애야 한다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정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좇아야 한다는 기업 윤리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연히 현장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란 지적이 나왔다.
신 회장은 이런 비판을 받으면서 '변화를 위해선 사고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번에 비전을 발표한 것도 따지고 보면 교보인의 사고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교보인이 지향해야 할 변화 프로그램을 펼쳐보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신 회장은 특히 외부 컨설팅이 아닌 교보인들 스스로 이 비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 취임 후 외형 성장보다는 변화 추진에 무게를 두고 회사를 이끌어온 신 회장에게 변화의 정도를 물었다.
"변화란 마음 먹었다고 금세 이뤄지는게 아닙니다. 다만 2년도 채 안돼 모든 임직원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느끼게 된 것만도 큰 소득입니다. 교보는 세계적인 보험사와 견줘 보면 수익 효율 건전성 측면에서 미흡한 게 많습니다. 그러나 변화를 추진하면 도약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는 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신 회장은 내부 혁신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혼란을 막는 데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이를 위해 실무자들을 각종 의사결정과정에 많이 참여시키고 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신속함(스피드)이라고 신 회장은 강조한다.
이를위해 최근 '동시통보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원이 전자결재를 올리면 담당임원은물론 사장까지 동시에 볼 수 있는 의사결정시스템이다.
중간결재자는 이틀 이내에 본인의 의견을 달아야 한다.
5단계였던 결재과정이 2∼3단계로 줄었다.
신 회장은 강한 조직의 전제조건으로 전문인력을 꼽고 있다.
그래서 피터 드러커의 '미래의 조직'에 나오는 오케스트라형 조직을 구축하길 원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단원들이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화음을 창조하는 것처럼 기업도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자신은 최고경영자로서 임직원을 존중하고 그들이 시장원리를 바탕으로 가치와 효율을 중시하면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신 회장은 "리코(설계사)의 수익증대에 기여하면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는 부친인 창립자의 당부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신 회장이 주도하는 교보생명의 변화가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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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53년 서울생
72년 경기고 졸업
78년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
81년 서울대 의과대학원 석사
83년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 취득
87년 서울대 의과대학 전임강사
89년 서울대 의과대학원 박사
89년 서울대 의과대학 조교수
92년 대한산부인과 내시경학회 총무이사
93년 대산재단 이사장
94년 서울대 의과대학 부교수
96년 교보생명 부회장
99년 교보생명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
2000년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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