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컴퓨터는 지난 5년간 연평균 1백% 이상의 '주주가치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었다. 효율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를 집중한 것이다. 운전자본의 효율적인 관리와 온라인 주문생산으로 재고자산 보유기간을 32일에서 6일로 줄였다. 가격변동이 심한 컴퓨터 제품의 재고 위험을 고려하면 엄청난 비용절감이 아닐 수 없다. 세계 4위의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독일 SAP도 후발업체의 추격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위기 순간에 집중적인 '성장투자'로 고수익을 올렸다. 이들의 사례는 '마른 걸레도 다시 짠다'는 아날로그식 감량경영만을 추구하는 한국기업에 '가치창조 경영'의 중요성을 새롭게 일깨워준다. '비상경영-세계 9대 컨설팅사 긴급 처방'(한국경제신문 기획부·한국컨설팅협회 지음,한국경제신문,8천5백원)에는 이같은 창조적 비상경영 노하우가 담겨 있다. 이 책은 국내 기업들에 위기돌파 컨설팅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보고 세계 톱 컨설팅사로부터 분야별 전문가 조언을 모은 것이다. 9개 컨설팅사는 MBA출신들이 가장 선호하는 보스턴컨설팅그룹을 비롯 액센츄어,앤더슨,A.T.커니,베인&컴퍼니,딜로이트컨설팅,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타워스 페린,윌리암 엠 머서. 결론은 고효율 비상경영 체제로 요약된다. 총체적인 경쟁력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경영혁신 노하우,그 중에서도 '최고경영자의 글로벌 마인드 무장''성과에 따른 차등보상''사내 벤처링 도입''미래 리더 육성 전략''새로운 수익모델 구축'등이 키 포인트다. 경영자의 마인드 문제는 델 컴퓨터와 SAP의 사례처럼 '선택과 집중'의 장기전략을 세우는데 필수적인 항목이다. 차세대 핵심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은 대부분 CEO의 뛰어난 결단력에서 동력을 얻는다. 개혁의지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구조조정 역시 사람만 줄이는 게 아니라 유망한 사업은 추가하고 가치창출이 떨어지는 사업은 정리하면서 남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부문을 비싸게 파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사업 구조조정을 '경주마 바꾸기'라고 한다. 잘 달리는 말을 비싸게 팔고 새 말을 키우라는 얘기다. 성과와 보상에 대해서는 서구식의 개인별 성과급제보다 한국 실정에 맞는 '팀별 연봉제'가 더 효율적이라고 제안한다. '미래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라'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경영의 마술사 잭 웰치뿐만 아니라 김정태 국민·주택 통합은행장이나 서두칠 전 한국전기초자 대표처럼 유능한 CEO는 기업의 투자가치와 직결된다. 따라서 분야별 인재 리스트를 작성하고 정교한 경영평가와 보상제도로 이들을 육성,장기적인 경영전략과 접목시키라는 것이다. 사내 벤처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노키아. 제지회사로 출발해 문어발식으로 업종을 늘리던 노키아는 사장이 자살할 만큼 어려움에 처했지만 사업영역을 팀별 독립채산제로 바꿔 세계 최고의 무선통신기술업체로 성장했다. 사내 벤처의 성공 요건은 4가지. 단기간에 작은 규모로 투자하고 재무통제를 엄격하게 병행하며 벤처 리더십을 조기확립한 뒤 우수인력으로 팀성과를 높이면서 주기적으로 성과를 점검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일단 세워진 경영전략이 일선 기업활동에 제대로 반영되도록 하는 '전략경영(SEM)'으로 승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미국식 경영 노하우를 그냥 전달하지 않고 한국적 기업풍토와 글로벌 스탠더드를 접목시킴으로써 토착 컨설팅의 진수를 보여주는 전략경영 지침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