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달러...원貨 나홀로 강세 .. 기조 바뀌는 환율시장...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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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환율이 완연한 하락 추세다.
9개월 가까이 유지돼온 1천2백80∼1천3백10원의 박스권을 벗어났다.
무엇보다 두달여동안 24억달러(약 3조원)나 쏟아진 외국인 주식자금이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상대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경기 동향과 신용등급 상향조정 등 신흥시장 국가들과의 차별화로 원화 가치는 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환율 움직임을 '기조적인'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원화의 '나홀로 강세'는 수출 부진 등 부작용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특히 원.엔화 환율비율이 테러사태 전 10.7대 1에서 수출경쟁력의 마지노선인 10대1 붕괴를 눈앞에 둔 점이 걱정거리다.
대만 등 다른 나라의 통화가 대부분 약세권이어서 더욱 그렇다.
◇ 환율의 기조 변화 =최근의 환율흐름은 중.장기 추세선의 변곡점을 이미 통과했다.
작년 추석 이후 달러당 1천1백30원대에서 올 4월초 1천3백60원대까지 2백30원이나 뛰었던 상승곡선은 이미 꺾어졌다.
최근엔 1백원 가량 급락하면서 하향 추세선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그동안의 원화 강세는 무역흑자 기조 유지, 부실 기업 해외매각 등으로 달러화 공급이 수요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국 경제는 △세계 유일의 국가 신용등급 상승 △아시아 용(龍)중 유일한 플러스 성장세 유지 등 뚜렷한 차별화로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를 이끌어냈다.
9.11 테러사태는 결과적으로 한국 차별화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외국인 주식자금의 순 유입액은 9.11사태 이후 24억달러에 달한다.
9월에 3억4천만달러가 빠져 나갔지만 10월 14억5천만달러, 11월 13억1천만달러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정부 개입 가능성이 있지만 원화강세 요인이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환율 하락기조가 강하다고 말한다.
무역업계는 벌써 비상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업체들은 달러당 1천2백50원선을 한계점으로 보고 있다.
그 이하면 수출할수록 밑진다는 얘기다.
◇ 원.엔 10 대 1 무너지나 =환율 하락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원화와 엔화의 비율이다.
이른바 '황금비율'이라는 10 대 1이 무너질 위기다.
원.엔화 비율은 테러 직전 10.76 대 1에서 9월24일엔 11.21 대 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 26일엔 10.18 대 1까지 다시 떨어졌다.
원화의 대(對)엔화 가치는 두달새 9.7%나 올랐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수출업체들의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일본과 경합 또는 거래하는 업체들로선 부담스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 다급해진 외환당국 =외환당국은 지난 주말부터 연일 '구두 개입'에 나서고 있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단기간내 급격한 환율 하락에 대해 우려하고 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천억원(신규발행 1천억원 포함) 발행을 추진중이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외평채 발행자금으로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설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날만 해도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2억달러를 웃돌아 당국의 미온적인 개입만으로 환율 흐름을 바꿔 놓기는 역부족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아직은 시장과의 전선을 확대하면서 개입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시장이 엔화 약세에 대해 너무 둔감하다"고 지적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