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호주 축구대표팀이 우루과이에 패해 2002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된 순간 '백상어' 그레그 노먼(46)은 골프 스킨스게임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역대 스킨스게임 사상 최고액인 1백만달러(약 13억원)를 독식했을 뿐 아니라 한 홀에서 무려 80만달러를 획득,한 홀 최다상금 기록도 경신했다. 2주 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노먼은 올해 명예와 부를 동시에 안았다. 노먼은 26일(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의 랜드마크GC(파72)에서 열린 제19회 스킨스게임(총상금 1백만달러) 둘쨋날 9홀 경기에서 17번홀까지 누적된 상금 80만달러를 차지한 데 이어 연장 두번째 홀마저 승리,나머지 20만달러도 휩쓸었다. 스킨스게임 사상 한 선수가 총상금을 싹쓸이한 것은 이번이 처음. 물론 노먼은 대회 사상 가장 많은 상금을 획득한 선수가 됐다. 종전 기록은 프레드 커플스가 99년 세운 것으로 대회 최다상금은 63만5천달러였고,한 홀 최다상금은 41만달러였다. 노먼의 쾌거는 98그레그노먼홀덴클래식 이후 처음으로 경쟁자들이 내로라하는 선수들이었다는 점,출전선수 중 가장 연장자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해준다. 4년 만에 스킨스게임에 모습을 드러낸 세계랭킹 1위 타이거 우즈(26·미국)를 비롯 유럽투어의 간판스타 콜린 몽고메리(38·스코틀랜드)와 예스퍼 파니빅(36·스웨덴)은 이번 대회에서 단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첫날 9홀 경기에서 30만달러의 주인공을 결정하지 못했던 네 선수는 이날도 15번홀까지 무승부 행진을 지속했다. 16번홀(4백8야드)에서 그때까지 승부에 변수가 되지 못했던 파니빅이 기회를 잡았다. 약 6m 거리의 버디퍼트를 집어넣은 것. 17번홀(4백78야드)에서 승자가 되거나 공동선두만 돼도 파니빅은 63만달러를 벌 판이었다. 그러나 승운은 파니빅을 외면했다. 17번홀에서 노먼이 3m 버디퍼트 로 승리의 물줄기를 돌려버린 것. 18번홀(5백63야드)에서 드디어 첫 승자가 탄생했다. 세컨드샷을 각각 벙커와 워터해저드에 빠뜨린 노먼과 몽고메리가 파를 잡았고 우즈와 파니빅은 파를 기록하지 못한 것.공동선두 노먼이 17번홀까지 누적된 80만달러의 상금을 획득한 순간이었다. 노먼은 "스킨스게임이라고 해도 우승은 대단한 것"이라고 말했고 우즈는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돌아가는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