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매각을 추진중인 서울은행도 합병의 소용돌이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에서 인수할 곳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업자본은 의결권 제한(4%) 규정으로 경영권을 인수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이와 관련, 삼성 인수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게 금융전업그룹(금융업 비중 75% 이상)이다. 금융전업그룹의 요건을 갖출 수 있는 교보 대신 동양그룹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계는 동양 대신의 경우 4천억~5천억원대에 달하는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전업그룹 요건을 갖추고 서울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곳은 교보생명뿐"이라면서 "그러나 교보도 현 여건상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단 현재로선 몇몇 기업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금융당국이 서울은행의 현 경영진에게 향후 진로를 강구하라고 하면서도 합병이나 지주회사 편입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정황을 고려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금융당국은 겉으로는 조흥·외환은행 등과의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경우 제3자 매각을 통해 서울은행에 들어간 공적자금을 회수하기는 커녕 추가로 투입해야 할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는 신한 하나 한미은행 등에 서울은행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관측도 이래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은행이 서울은행 인수를 거부할 경우 당국은 조흥 외환은행과의 합병이란 마지막 카드를 꺼낼 수도 있을 것으로 금융계는 점치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